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화관을 찾는 발길이 뚝 끊긴 가운데 20여개의 영화수입배급사들이 공동 배급·홍보를 최초로 시도한다. 지금처럼 극장 내 신작 공백이 이어지면 관객 감소와 신작 개봉 연기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는 지난 9일 멀티플렉스 3사에 공문을 보내 회원사들의 수입작 중 신작 10여편을 이달 중순 이후 공동 배급하고 개봉하겠다고 제안했다. 극장을 찾는 관객이 하루 5만명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신작을 개봉하는 만큼 멀티플렉스도 스크린을 배정해 침체한 극장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의미다.
그린나래미디어, 앳나인필름, 영화사 진진 등 협회 소속 업체들은 개봉 영화 마케팅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영화 심의 문제는 사후 심의나 자체 심의를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뢰한 상태다. 유현택 그린나래미디어 대표는 “매주 2~3편씩 신작을 개봉할 계획”이라며 “회원사들이 십시일반으로 개봉 비용을 보태고, 홍보마케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50여편 넘는 영화들이 연기를 개봉했지만 무턱대고 미루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비용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화 개봉을 미루면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10억을 넘는 홍보 비용을 다시 치러야 한다.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대로 가다간 업계 생태계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외화수입배급사들이 신작 공동 배급과 홍보라는 자구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공동 배급작에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일본 배우 키키 키린의 유작 ‘모리의 정원’을 비롯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주가를 높인 아델 하에넬 주연 ‘그 누구도 아닌’, 절벽 위 레스토랑을 그린 ‘하늘의 레스토랑’, 음악 다큐멘터리 ‘프리저베이션홀 재즈밴드’ 등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영화들이 포함됐다. 멀티플렉스 측도 협회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