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한국 ‘입국금지’ 논의…결론은 ‘입국 허용’ 유지

입력 2020-03-11 04:34 수정 2020-03-11 11:51
백악관 코로나19 TF 회의서 한국 ‘입국금지’ 논의
미 정부 당국자 “코로나 억제하기엔 너무 급속하게 확산”
입국금지 효과 없을 경우 외교적·경제적 피해
미 국무부·국방부, 주한미군 있는 한국 입국금지 지정에 우려
한국 피해상황에 따라 ‘입국금지’ 가능성 여전히 배제 못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문제와 관련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총괄책임자다. AP뉴시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한국과 이탈리아를 미국 입국금지·제한 국가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한국·이탈리아에 대한 미국 입국금지·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하지만 한국의 코로나19 피해상황에 따라 미국이 향후 한국에 대해 입국금지·제한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억제하기엔 너무 급속하게 확산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이 회의에 대해 직접적인 정보를 갖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악시오스가 전했다.

미 당국자들은 국제화된 사회에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것은 매우 힘들며, 입국금지·제한 조치 등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할 외교적·군수(軍需)적·경제적 결과를 정당화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악시오스는 미 국무부와 국방부 등 일부 부처가 주한미군이 주둔해 있는 한국을 미국 입국금지·제한 국가로 지정하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점도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 영향을 미쳤다.

보건 당국자들도 여행 제한 조치를 선호하지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설명했다.

악시오스의 취재원은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 전역 또는 특정 지역에 계속 퍼지고 있어 억제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초기 국면에서 중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처는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과 이탈리아는 중국의 예와 같지 않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의 다른 나라들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총괄책임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다. 펜스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마크 쇼트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가졌던 논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쇼트 실장은 그러면서도 “TF 회의의 목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최고의 실현가능한 방안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관점의 논의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매일 많은 관점이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펜스 부통령은 TF 회의 이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탈리아·일본 등에 대한 추가 여행제한 조치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적절한 때에, 적절한 방식으로 권고안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아직은 그런 조치를 취할 때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모든 입국을 중단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매우 다른 지점에 있을 것이라는 점에 의문이 없다”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또 한국의 대구와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 대해 여행 경보를 상향하고 이들 국가로부터 미국으로 오는 항공기 여행객들에게 탑승 전 의료검사가 이뤄지는 점을 거론하면서 “이런 조치가 없었다면 우리는 매우 다른 지점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