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비례대표 첫단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낳은 류호정(27)씨가 ‘대리 게임’ 논란에 휩싸였다. 정의당 비례 1번은 사실상 국회 입성이 보장된 자리다. 1992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국회의원을 예약한 상황. 그런데 류씨의 게임 플레이상 불공정 행위(대리 게임을 통한 등급 상승)가 최근 세간에 알려지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기에 과거 인터뷰에서 ‘대리 게임’을 통해 등급을 올린 행위를 마치 본인이 직접 성취한 성과인 것마냥 언급했던 사실이 드러나 거짓말 논란까지 보태졌다.
6여년 전 이화여대에서 처음으로 e스포츠 동아리를 만들며 ‘게임계 활동’을 시작한 류씨는 방송 자키(BJ)로 이름을 알리다가 국내 중견 게임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3년여 만에 퇴직했고, 이후 민주노총 화학섬유노조 선진홍보부장으로 활동하며 게임계 노조 설립에 일조했다. 현재 류씨는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논란은 2014년경 류씨가 남자친구 강모씨에게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계정을 맡겨 등급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대리 게임은 게임계에서 심각한 불공정 행위로 간주된다. 지난 2018년 12월에는 미래통합당 이동섭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리게임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해 6월부터는 대리 게임이 아예 불법이다.
논란이 증폭된 10일 오후 류씨는 대리 게임 행위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냈다. “2014년에 있었던 일”이라고 운을 뗀 류씨는 “조심성 없이 주변 지인들에게 제 계정을 공유했다. 그것이 문제가 되어 사과문을 올리고 동아리 회장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우 잘못된 일이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는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인정했다. 또한 “특히나 여성 유저의 능력을 불신하는 게임계의 편견을 키운 일이니,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셈”이라면서 “저의 부주의함과 경솔함을 철저히 반성한다. 조금이라도 실망하셨을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류씨는 “금전 거래는 없었다. 어떠한 경제적 이익도, 대회에서의 반칙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 논란으로 회사를 퇴직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계정 공유 논란은 2014년 5월에 있었고, 해직된 두 번째 직장에는 2015년 1월에 입사했다. 위 건 때문에 퇴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전적 거래가 없다고 해도 게임 대리 행위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 중인 황희두씨는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롤(리그 오브 레전드, LoL) 대리 문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 유명 플레이어는 대리 문제가 발각되어 선수 자격 박탈에 계정 정지까지 당하기도 했다. 쉽게 비유하자면 '대리 시험'을 걸렸다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 류호정 후보가 정의당 비례 1번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굉장히 많은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 과연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정의당에, 1번으로 대표해서 나올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과거 류씨가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다시금 회자되며 젊은 층의 분노를 사고 있다. 2014년 5월 대리 논란이 있었던 시기에 류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플레티넘1에서 승급전 중이다. 서포터와 정글(게임 내 역할)을 주로 간다”면서 해당 계정의 등급이 본인의 실력인 것처럼 말했다.
대리 논란이 있기 전인 2014년 2월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게이머를 향한 대리 의혹에는) 사회적 편견이 있다”면서 “여성이 조금만 못하더라도 대리나 버스를 탔다고 너무 쉽게 단정 짓는 것 같다”고 발언했다. 류씨는 여성 게이머들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주 포지션을 변경하는 일이 잦다면서 “이 사실을 잘 모르시고 티어에 비해 실력이 낮아 비난을 하시고 대리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