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가 유럽 축구리그에서는 최초로 남은 리그 일정을 전면 중지한다고 9일(현지시간) 결정했다. 세리에A는 122년에 이르는 역사 상 1·2차 세계대전 외에 중단된 기록이 없다. 스페인 라리가 등 이미 무관중 경기가 유력한 리그도 있어 국내를 포함한 세계 축구계에 만만찮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일간 가제타델로스포르트에 따르면 쥐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에서 “세리에A를 포함해 모든 일반 스포츠 대회를 1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완쾌된 1000여명을 제외해도 약 8000명으로 하루에 1000명 넘는 확진자가 추가되고 있고 사망자도 약 500명 수준이다. 콘테 총리는 “스포츠 팬들도 모두 대회 중단을 받아들여야 한다. 더이상 대회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세리에A는 이미 무관중 경기를 실시해왔다. 지난주 정부가 모든 스포츠 대회 경기를 무관중으로 실시하라고 한 데 따라 8일 진행된 유벤투스와 인터밀란 경기 등 5개 경기가 무관중으로 실시됐다. 이외 스페인 라리가에서도 무관중 경기가 진행될 것이 유력하다. 세리에A 리그가 중단되고 나서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는 무관중으로 열도록 예외가 허용된다. 인접국 프랑스에서도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무관중으로 개최한다고 같은 날 결정했다.
K리그 개막을 미루고 있는 국내 축구계에도 이번 결정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이날 “해외 사례이긴 하지만 적어도 축구계에 처음 전례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고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맹은 가능한 안을 사무국에서 마련하는 중이다. 안이 마련되면 이후 이사회에서 이를 채택할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다.
리그를 늦게 개막한다고 해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대구 등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 발생한 지역에서 어떤 식으로 경기를 진행할지, 라운드 수를 조정할지 여부 등이 논의될 것으로 해석된다. 라운드나 일정, 경기 장소 등이 조정될 경우 승격이나 강등 등 리그 결과에 따라서는 구단의 명운이 걸린 결과가 나올 수 있어 구단 간의 합의를 이뤄내는 게 관건이다. 연맹 관계자는 “가급적 무관중 경기를 치르는 건 피하려고 하지만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