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자니윤 투병생활 도왔던 지인 “선한 분, 외롭게 떠나 안타까워”

입력 2020-03-10 20:06
한국에서 처음으로 미국식 토크쇼 형태의 코미디를 선보였던 코미디언 자니윤(한국명 윤종승) 씨가 8일 오전 4시(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별세했다. 연합뉴스

‘코미디계의 대부’ 고(故) 자니윤(본명 윤종승)의 시신이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미국 ‘UC어바인 병원’에 기증됐다.

자니윤의 지인 임태랑씨는 10일 “고인은 마지막까지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이 있어 이미 수년 전 병원에 기증 의사를 밝혔다”고 스포티비뉴스에 밝혔다. 임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자니윤의 투병생활을 돕는 등 고인과 가까웠던 사이다.

임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있어 당장 장례를 치를 수 없는 형편”이라며 “추후 조용히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신 기증은) 좋은 뜻이었는데, 친지나 가족, 팬들 입장에서는 바로 장례를 치르고 위로할 수가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자니윤은 2016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4개월 만에 미국으로 건너가 4년간 투병생활을 했다. 말년에는 치매까지 앓았다. 임씨는 “(고인이) 지난 4일 갑자기 낮아진 혈압 때문에 입원했고, 나흘 만인 지난 8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하게 살아 온 사람이다. 뇌출혈로 오랜 시간 투병했고, 동생 외엔 가족과 왕래가 없다시피 해 외롭게 떠난 것이 안타깝다. 가진 것 없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셨다.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1936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 신당동의 성동고를 졸업한 뒤 미국 오하이오 웨슬리언대학 성악과에서 유학했다. 대학 졸업 뒤 미국에서 영화배우, 스탠드업 코미디언 등으로 활동하던 그는 1977년 당대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NBC ‘투나잇쇼’에 동양인 최초로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1989년부터 1990년까지는 한국에서 ‘자니윤쇼’를 진행했다.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미국식 대담형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다.

미국에서 투병생활을 하던 동안에는 LA의 요양시설인 헌팅턴 양로센터에서 지냈다. 지난 4일 혈압 저하 등으로 LA의 알함브라 메디컬센터에 입원했으나, 끝내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향년 84세.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