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인 줄만 알았더니….”
콜센터 직원 A씨(59·여)는 지난 8일 뉴스를 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5년째 근무하고 있는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A씨는 10일 “그래도 괜찮을 줄 알고 어제(9일)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했었는데, 이 빌딩에서만 확진자가 벌써 60명을 넘어가니까 불안해지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빌딩에선 전날 추가 확진자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그는 자신이 감염됐을 수 있다는 사실보다 지인이나 가족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라고 했다. A씨는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내가 감염되지 않았다고 결과를 보여줘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검진을 받으라’는 회사의 통보를 받자마자 이날 빌딩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앞에 줄을 섰다. 불안한 건 확진자와의 접촉이 어디서 이뤄졌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A씨는 “화장실 손잡이나 변기를 만질 때도 혹시 청소하시는 분이 확진자와 접촉하지는 않았을까 등 온갖 생각이 들면서 신경이 곤두섰다”고 말했다.
선별진료소에서 줄을 서 있던 30대 후반 콜센터 직원 B씨(여)도 비슷한 걱정이었다. 그는 “7층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11층 확진자와 함께 홀수층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을 텐데 좁은 공간에 마주쳤던 것은 아닐까, 혹시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접촉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동료들과 함께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경기도에 있는 집에서 선별진료소까지 B씨를 실어다 준 택시 기사는 “왜 여기서 내리느냐”고 묻더니 전화번호를 주며 “혹시 양성반응이 나오면 나에게도 꼭 알려줘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A씨와 B씨는 검사결과를 기다리며 당분간 자가격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동료들과는 “우리 중에는 확진자가 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일 결과가 나오니 크게 걱정하지 말자”고 서로 다독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음성으로 나온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들에게는 일을 언제까지 쉬어야 할지가 또 걱정이다. A씨는 “혼자 살고 있어서 이걸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데 직장 폐쇄 조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가 없다”며 “나라에서 생계비를 보전해 준다고 듣기는 했지만 그것도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B씨 역시 “언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지 확실히 정해져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심란하다”고 말했다.
정우진 정현수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