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수업? 인터넷 안되는데…” 서러운 중국 농촌 아이들

입력 2020-03-10 18:15
중국 산시(陝西)성 쯔저우(子洲)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 이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인원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할 형편이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Handout 캡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들이 개학을 연기하면서 중국에서 온라인 교육 양극화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소득 수준이 높은 도시 지역에서는 온라인 학습이 차질없이 이뤄지는 반면 가난한 농촌 지역 학생들 상당수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교육 당국이 일선 학교에 온라인 수업을 하도록 지시했지만 수많은 농촌 학생들의 가정은 사이버 공간을 이용할 능력이 없다”고 10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농촌지역인 산시(陝西)성 쯔저우(子洲)현에 거주하는 화덩잉(34)씨의 초등학생 자녀 닝닝과 러러는 춘절(春節·중국의 설)이 끝난 후 학교를 갔어야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무기한 개학 연기 발표 이후 수업은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중국 허난성의 한 교사가 동영상 강좌를 녹화하는 장면. 신화연합뉴스

화씨의 고민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화씨 가정에는 낡은 스마트폰 밖에 없어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닝닝과 러러가 재학중인 초등학교 교사 마쥔은 “328명의 학생 가운데 절반 가까운 수가 온라인 수업을 듣지 못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이다. 화씨는 “이곳에는 인터넷 신호가 아에 없을 뿐더러 인터넷 신호에 접근할 수 있는 가정에서도 인터넷망 이용료를 감당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부모가 도시로 일을 나간 경우 자녀들이 인터넷을 쓸 경제적 여유는 있겠지만 함께 사는 조부모가 사용법을 몰라 곤란해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도시 지역의 부모들은 온라인 강의를 듣는 자녀들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3월 10일 중국 칭하이(青海)성에 하이둥(海东)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듣고 있다. 중국 교육당국의 무기한 개학 연기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받아야 한다. 신화연합뉴스

상하이(上海)에 거주하며 직장을 다니는 린다 슈씨는 아이들을 위해 3500위안(약 60만원)짜리 프로젝터와 1500위안(약 25만원)짜리 프린터를 구매했다.

그는 “내 자녀가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은 나에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시간을 내서 가르칠수도 있다”며 “단지 아이가 화면을 너무 오래봐 눈이 나빠지진 않을까 그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의 온라인 교육 시장은 급팽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iResearch)에 따르면 중국의 온라인 교육시장은 2018년 기준 약 2517억위안(약 42조 7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는 1년 전보다 25.7% 성장한 수치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