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공연이 중단됐습니다. 탈출구가 안 보여 하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때도 사정이 안 좋아 대출받은 것을 아직도 갚고 있는데 현재로선 대출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한 극단의 대표 A씨는 9일 국민일보 통화에서 공연계에 종사한 20년간 현지가 가장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극단 소속 배우들은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는 현실이라 부모의 도움을 받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배우뿐 아니라 A씨 같은 극단도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연장이 있는 극단은 당장 월세를 내야 하는데 공연도 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A씨는 “이 같은 한 두 달 더 지속하면 회복이 불가능 상태가 된다.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기독 문화계도 타격을 입었다.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에서 예정된 공연과 집회 등이 취소돼 문화 사역자들의 활동에도 지장이 생겼다.
지난 1월 중순 록 뮤지컬로 예수님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표현한 뮤지컬 ‘지저스’도 애초 오는 5월까지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2월 말 공연을 중단했다. 원패스엔터테인먼트 이사장 박원영 목사는 “그동안 장소 사용, 홍보, 출연료 등 투자한 비용만 해도 거의 3억원 가량이 된다. 공연장에 대한 월세를 내야 하는데 여력이 안 된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금 운동 중이다. 선후원을 하면 표를 드리고 공연 재개 후 언제든지 보실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에서 문화예술인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있는데 배우들이 기독 작품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혹여 배제될까 봐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19년 차 CCM 사역을 하는 B목사는 “100% 공연이 취소됐다고 보면 된다. 저 같은 경우 저축한 게 있어서 조금씩 쓰고 있는데 서너 달 지속하면 다른 일도 어쩔 수 없이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사스, 메르스 때도 없었던 사태”라고 말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현재의 시간을 잘 사용하기로 했다. B목사는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가족과 친밀해졌다. 평소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회개 기도를 하며 말씀 묵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간이 주어진 만큼 곡을 쓰는 시간도 충분히 가지려고 한다”고 했다.
한 미니스트리를 운영하는 C대표 역시 2월 말부터 모든 일정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C대표는 “많은 분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듯이 지금 상황에서는 쉬면서 재정비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미니스트리 멤버들이 개인 레슨만 겨우 하는데 이것마저 쉽지는 않다”고 밝혔다.
C대표는 주변 찬양사역자들이 영상 콘텐츠 제작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 보니 생활도 해야 하는데 영상 제작에 대한 필요가 많은 것 같다. 다만 신학적으로 영상 예배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못하다 보니 교회도 성도도 목회자도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극단을 운영하는 D대표도 현실적으로 임대료가 부담이라고 했다. D대표는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이진 못하지만 매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신체 훈련을 하고 노래 연기 등 파트별로 훈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예배드리는 시간도 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위축하지 않고 준비한다면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