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통합당에 진다”…민주당, 진통에도 계속 가나

입력 2020-03-10 17:54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놓고 내부적으로 찬반 격론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막판 의견 수렴에 돌입했다. 권리당원 투표를 통해 비례연합당 합류로 결론지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명분론’을 내세운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찮아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0일 비공개 의총을 열고 비례연합당 참여를 논의했다. 의총에서는 의원들의 찬반 의견이 팽팽히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길 의원은 의총 도중 회의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대방(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이 중앙선을 침범하면 방어운전을 해야지, 1차선만 지키면서 사고를 방치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고 발언했다”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와 안규백·이석현 의원도 찬성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 목소리도 잇따랐다. 박용진 의원은 의총 전 기자들과 만나 “명분 없는 판단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중도층 혹은 무당층 분들이 지지를 철회하는 일이 벌어지면 실리적으로도 손해”라고 지적했다. 조응천 의원도 “정의당과 민생당이 참여를 안 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연합이 되는 것이냐, 결국 실리가 있겠느냐”며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비례연합당 참여 여부를 권리당원 투표에 붙이기로 하면서 당에서는 반대론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날 반대 의견을 표명한데 이어 당세가 약한 영남지역 의원들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대구·경북·부산·경남 선거대책위원장을 각각 맡고 있는 김부겸·김영춘·김두관 의원은 중도층 표심 이탈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대로 선거를 치를 경우 미래한국당과 미래통합당에 10석 이상 진다는 전망이 나온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해야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근형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tbs라디오에 나와 “이 상태로 선거를 치른다면 민주당이 얻을 수 있는 의석수는 최대 137석,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합쳐 145~147석 정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자체 분석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비례연합당에 정의당이 참여할 경우 얻을 수 있는 비례 의석 수는 23~25석, 미래한국당은 17~19석이다. 정의당이 빠지면 비례연합당 19~20석, 미래한국당 17~18석, 정의당이 5석을 얻는다는 게 민주당 예상이다. 이 위원장은 “아직 지도부가 비례연합당에 참여하겠다고 결론을 내린 건 아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며 “이대로 선거를 치러서는 안 된다는 게 제1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비례연합당 창당을 준비 중인 정치개혁연합(가칭)은 기자회견에서 창당 일정을 발표하며 민주당과 정의당의 결단을 압박했다. 조성우 정치개혁연합 공동창당위원장은 “5개 시·도당을 창당한 후 15일 중앙당 창당을 할 것”이라며 “그 전에 각 당은 최종 의견을 밝히고 함께 시작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12일 권리당원 투표를 한 뒤 최고위원회의,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를 거쳐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이가현 신재희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