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사는 직장인 A씨(39·여)는 임신 8개월차다. 최근 인근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마스크 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고민이 깊다. 정부가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한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한 첫날인 지난 9일 A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 약국 두 곳을 찾았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오전 중에 마스크가 모두 팔린 뒤였다. A씨는 퇴근 이후인 오후 6시 약국을 다시 찾았지만 역시 모두 팔렸다는 답변만 들었다.
마스크 5부제가 실시됐지만 정작 A씨처럼 지정된 날짜에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임신부가 많다. 현재 일부 대전시 등 일부 지자체가 관내 임신부에게 마스크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지만,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임신부는 직접 마스크를 구해야 한다.
특히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하면서 정부는 10세 이하 어린이와 80세 이상 노인, 장기요양급여 수급자에 한해 함께 사는 가족이 대신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임신부는 대리구매 허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5부제 실시 이후에도 도시에서는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만삭의 임신부도 마스크를 찾기 위해 약국을 전전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주중에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사람은 주말을 이용해 구매하면 된다”고 설명하지만, 5부제를 적용하는 주중에 구하기 어려운 마스크를 5부제 적용이 안 되는 주말에 구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더 많다. 이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10일 “마스크 공급량이 극히 한정되다 보니 정부도 임신부의 애로사항을 파악하지 못했다. 관계부처와 (임산부 대리구매 허용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임신부 대리구매를 허용한다고 해도 부모와 같이 살지 않는 맞벌이 부부가 마스크 구하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약국별로 마스크가 공급되는 시간이 제각각이다 보니 근무지에 몸이 묶여 있는 직장인들은 더더욱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렵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선 약국에는 마스크가 오전, 오후 두 차례 공급되지만, 개별 약국에 정확히 언제 마스크가 공급되는지는 정부도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민센터 등을 통해 가구당 마스크를 5부제 시행 날짜에 맞게 배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식약처 관계자는 “공장에서 생산된 마스크를 주민센터까지 배송하려면 새로운 물류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마스크 공급의 시급성을 생각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