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닮은 구로 콜센터 코로나19…수도권 슈퍼감염 우려

입력 2020-03-10 17:34
마스크 없이 밀폐된 공간에서 다닥다닥 생활
방역 당국 “제2신천지 우려”
서울시 “모든 밀접 근무지 긴급점검”
경기도 120 콜센터 상담원들이 2014년 업무를 보는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진원지’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 양상과 닮은 서울 구로구 콜센터 감염 사태가 터지면서 수도권 슈퍼전파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두 집단 모두 마스크 없이 실내 밀폐된 공간에서 다닥다닥 붙어 생활하면서 동시다발적인 대규모 집단감염을 일으켰다. 방역당국은 구로 콜센터가 대구 신천지처럼 ‘폭발적 증폭집단’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후 12시 기준 구로 콜센터 관련 수도권 확진자는 서울 40명, 인천 13명, 경기 11명 등 총 64명이다. 단 무더기 확진자가 나온 콜센터 건물 11층의 직원·교육생 207명 중 아직 반 이상의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7~9층에서 근무한 같은 회사 콜센터 직원 550여명 역시 감염 우려군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수도권 최대 집단 감염 사례로 기록된 구로 콜센터 감염은 앞선 대구 신천지 감염처럼 ‘마스크 없는 실내 밀접접촉’에서 비롯됐다.

구로 콜센터의 경우 전화응대를 해야 하는 콜센터 업무 특성상 200여명의 직원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고 근무했다. 기본적인 칸막이는 돼 있지만, 칸막이 사이는 다닥다닥 붙어 있어 감염 위험이 크다. 게다가 최근 확진자를 포함한 회식 자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신천지 역시 800여명이 협소한 실내 바닥에 바짝 붙어 앉아 집회를 했다. 대구 슈퍼전파사태와 관련된 31번 확진자가 집회에 참석했을 땐 마스크를 쓴 이가 드물었다.
신천지 신도들이 지난 1월 12일 경기도 과천 신천지 요한지파 과천교회에서 열린 유월절기념예배에 참석한 모습. 국민일보

같은 건물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코로나19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크다. 앞서 대구 신천지 신도들은 승강기를 이용해 집회소를 오간 탓에 밀폐된 승강기 안에서 여러 사람이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구로 콜센터의 경우에도 각 층 콜센터 직원은 물론 고층 거주자 상당수가 승강기에서 확진자와 접촉했을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가 나온 건물이 주요 대중교통 노선과 가깝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구로 콜센터 건물은 수도권 지하철 1호선 구로역과 수도권 지하철 1·2호선이 모두 지나는 신도림역 사이에 있다. 서울과 경기도, 인천 확진자들이 지하철로 출퇴근하며 바이러스를 확산시켰을 개연성이 크다.

대구 신천지의 경우에도 집회소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 지하철 대명역이 있어 확산 속도를 키웠다. 당시 신도 대부분이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했다.

콜센터가 수도권 코로나19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서울시 내 콜센터 업무를 전담하는 하청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1000여명의 콜센터 직원이 한 층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콜센터 직원들은 업무환경과 보안 때문에 재택근무마저 어렵다. PC방이나 유흥업소, 개강·개학을 앞둔 교육시설 역시 집단 감염 위험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은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이 서울, 경기로 이어진다면 또 다른 제2, 3의 신천지와 같은 폭발적인 증폭집단이 될 우려가 있다”며 “다른 집단 감염을 별도로 조사하면서 그동안 중심 증폭 집단이라고 강조했던 신천지 신도와 연관성도 같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밖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앞에서 입주자들이 코로나19(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검진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시내 모든 밀접근무지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구로 콜센터처럼 많은 인원이 한 공간에서 밀접해 근무하는 환경을 가진 모든 업체를 파악해 사전방역과 철저한 감염관리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서울 120 다산콜센터 근무자의 안전관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집단감염 사례가 있었던 코인노래방, 클럽, 콜라텍 업체들과 협의해 휴업을 권고하겠다”며 “경기·인천과는 수도권 감염병 협의체를 구성해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코리아빌딩 1~12층 영업시설, 사무실을 전체 폐쇄하고 방역소독을 마쳤다. 거주지역인 13~19층의 경우 주민들의 자율적 자가격리를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빌딩 앞에 선별진료소를 운영해 주민 출입 시 발열 체크를 진행하고 유증상시 선별진료소에서 즉시 진료로 연계할 예정이다. 또 CCTV를 통해 확진자 동선과 접촉자를 조사할 계획이다.
온라인 상에서 구로 콜센터 대책을 발표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