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4개월째 구속돼 있는 임종헌(61)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보석심문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석방되면 공범들이나 증인들 진술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임 전 차장의 보석 여부는 앞으로 7일 이내 결정될 전망이다.
임 전 차장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보석심문에 서류뭉치를 옆구리에 끼고 입장했다. 연이틀 재판에 출석한 임 전 차장은 재판부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임 전 차장의 재판은 지난해 5월 30일부터 중지돼 있었다가 약 9개월 만인 전날 재개됐었다. 짙은 감색 정장을 입은 그는 파란색 마스크를 썼다가 변호인들이 준비해온 하얀색 마스크로 갈아 쓰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의 재판은 앞서 임 전 처장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면서 중단됐었다. 그는 재판부가 노골적으로 ‘유죄 심증’을 드러내고 있다며 윤 부장판사를 공격하기도 했었다.
임 전 차장은 보석심문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고혈압 등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도망의 우려가 없고 주거가 분명한 점, 누범·상습범이 아닌 점 등 형사소송법상 보석 사유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또 앞서 ‘재판 개입’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 및 ‘정운호 게이트’ 관련 영장정보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가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는 점도 보석 근거로 들었다.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혼자만 구속 재판을 받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불구속 재판을 받으면 주요 증인 등에 자유롭게 연락하면서 증거가 인멸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증인들이 예전에 임 전 차장의 하급자였던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고혈압 등은 만성질환으로 관리가 필요할 뿐이지 구금생활에 지장을 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은 이에 대해 “이미 퇴직을 해 영향력도 없고, 증인 등이 압박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 따로 연락을 한 적도 없다”고 거듭 반박했다. 또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검찰이 수의를 입은 모습을 노출시키고 언론을 통해 망신주기를 했다. 진술을 압박하려던 것이라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만약 보석이 허용돼도 사건 관계인에 대한 접촉을 금지하는 등 조건을 둬야 한다고 요청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7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보석 결정을 내리면서 주거지를 제한하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관계인, 친족을 만나거나 연락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 바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