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쑤시는 어깨, 이마에 붙인 밴드…정말 감사합니다

입력 2020-03-10 17:08
9일 오전 대구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확진자 병동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왼쪽)가 카메라를 향해 'V'자를 그려보이며 보호구 착의실로 가고 있다. 9일 오전 대구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한 간호사(오른쪽)가 어깨를 주무르며 근무교대를 하러 가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간호사들 얼굴 곳곳에 붙어 있는 반창고가 시민들의 마음을 찡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상한 얼굴 곳곳에 반창고를 붙인 채로 간호를 이어나가고 있다. 방역용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하면서 상처가 생긴 것이다. 반창고와 거즈를 붙이지 않으면 쓰라림 때문에 간호 업무를 이어나가기 어렵다.



간호는 고되다. 감염을 막기 위해 호흡이 힘든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간호해야 한다. 인력 부족 문제 때문에 적게는 2시간 많게는 4시간 동안 근무해야 한다. 높은 업무 강도에 코피를 쏟고 탈진하는 간호사들의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일부 간호사들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검체 채취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간호사들도 있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도 간호사들은 최선을 다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2일 대전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신임 장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대구 시내 한 숙소에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신임 간호장교 75명이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임 간호장교들도 3일 임관식이 끝난 후 대구 코로나19 대응현장에 투입됐다. 신임 간호장교 곽혜민 소위는 “군인으로서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며 “4년간 단단히 쌓아 올린 간호 전문지식과 군인정신을 바탕으로 국민을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희숙 간호학교장은 “곽 소위는 고향이 대구다. 그래서 더 남다른 각오를 가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 교대를 마친 한 간호사가 "꽃이 당신을 응원합니다"라고 적힌 화분의 꽃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간호사들을 향한 응원의 물결도 쏟아지고 있다. SNS에는 간호사를 응원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공익 광고를 게재하며 간호사들을 응원했다. 전국 각지에 있는 시민들은 대구·경북으로 기부금과 의료 장비를 보내고 있다. 뇌병변 장애인이자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는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행당 2동에 “TV를 보는데 지친 간호사들이 컵라면 먹는 모습을 보고 너무 도와주고 싶었다”며 쌈짓돈 2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간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9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경상북도 코로나19 전담병원들을 방문해 간호사 근무환경 실태를 확인한 결과 감염 예방 장비가 매우 부족해 간호사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예를 들어 A병원은 지난 7일 정부에 음압기 설치를 건의해 10대가 설치됐지만, 여전히 추가 설치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방호복, 체온계, 혈압계, 전동식 호흡장치(PAPR) 등도 부족했다.

간호사들의 휴게 및 휴식 공간도 열악했다. 경북 B병원 간호사는 “장례식장은 현장 간호사들의 기숙사나 다름없다”라며 “손으로 속옷과 양말 등을 빨아 장례식장 테이블에서 말리는 등 불편함이 크지만 동료 간호사들과 함께 있어서 위안이 된다”라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코로나19 전담병원 방문을 통해 드러난 간호사 실태를 보건당국과 지자체 등에 전달하고 결과를 모니터링하는 등 현장 간호사 근무여건 개선에 총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대구 중구 동산동에 위치한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대구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비상대책본부에서 간호사가 어깨를 주무르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