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참정권 쟁취에 몸 바친 여성들부터 2019년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며 기성세대와 싸우는 10대 소녀까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9일(현지시간) 지난 100년 동안 세상을 변화하는 주춧돌을 놓은 ‘올해의 여성’ 100인을 선정했다.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이 하루 지나 공개된 이번 프로젝트에서 타임은 1920년부터 2019년을 빛낸 여성 100인의 업적을 소개했다.
1920년대에는 블루스 황후 베시 스미스(1923년), 샤넬을 창립한 코코 샤넬(1924년), 영국 작가 겸 평론자 버지니아 울프(1929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할리우드에서 인종차별과 싸워온 안나 메이 웡도 가상의 1928년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다.
1930년대엔 이탈리아 교육학자 마리아 몬테소리(1931년), 여성 최초로 세계 비행에 도전했던 어밀리아 에어하트(1935년), 멕시코 대표 화가 프리다 칼로(1938년)가 이름을 올렸다.
1940년대에는 대통령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한 두 명의 영부인이 선정됐다. 아르헨티나의 국민 우상 에바 페론(1946년)과 미국의 엘리너 루즈벨트(1948년)가 그 주인공이다.
1950∼196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중에는 20세기 할리우드를 대표했던 배우 메릴린 먼로(1954년)와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로 명성을 얻은 리타 모레노(1961년)가 있었다.
미국에서 동성애자 권익수호 운동을 이끈 마샤 존슨(1969년), 여성 권익 운동에 이바지한 글로리아 스타이넘(1970년), 여성의 재생산권을 주창한 제인 로(1973년), 장애인 권리 보호를 주장해온 유디스 휴만(1977년) 등도 변화의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혔다.
1980∼1990년대에 활약한 인물로는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모친 다이애나비(1987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최고령 대법관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1996년),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를 저술한 조앤 캐슬린 롤링(1998년)이 이름을 남겼다.
2000년 이후로는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2003년),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2004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내 미셸 오바마(2008년), 낸시 펠로시(2010년) 미국 하원 의장, 가수 비욘세(2014년) 등이 거명됐다.
타임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성으로 위원회를 꾸려 ‘올해의 여성’ 후보로 고른 600여명을 두고 몇 달 간 작업했다”며 “실제 ‘올해의 인물’로 뽑혔던 11명의 표지는 그대로 썼고 나머지는 저명한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타임은 1927년부터 매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올해의 남성’(Man of the Year)을 선정해오다 1999년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름이 바뀌었을 뿐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여전히 남성이 다수였다. 실제 타임 겉표지를 장식한 ‘올해의 여성’은 11명에 그친다.
1975년에는 예술·종교·교육·정치·스포츠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미국 여성’이, 2002년에는 거대 조직과 맞서 싸운 '내부 고발자' 여성 3명이 선정됐다.
미국 CBS 방송은 타임이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한 100명을 소개하며 “이중 몇몇은 그늘을 벗어나기까지 한 세기를 기다렸다”고 평가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