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덕분에 세계 주요 도시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50대 여성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상에서다. 미술기획자 조은정씨는 최근 이들 4명의 여성 작가들을 초청한 온라인 기획전 ‘미술관 속 평화의 전사들(The Peaceful Warriors in Museum)'을 선보였다.
전시는 코로나19 사태로 미술관·박물관이 잠정 휴관한 가운데 ‘전시 동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획됐다. 조씨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시장이 문을 닫으면서 전시에 대한 갈증이 작가와 관람객 모두에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해외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의 전시를 하려면 작품 운송비, 보험료 등 비용이 크게 들지만, 온라인 전시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4명의 작가는 50대 여성 작가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면서 세계를 무대로 치열하게 활동하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시 제목은 미국 다니엘 밀란의 소설 ‘평화적인 전사가 되는 길(Way of the Peaceful Warrior)’에서 땄다. 조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지금 한국인이 처한 상황이 ‘평화적인 전사’ 같았다. 전시를 통해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 가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홍식 작가는 미술관에서 명작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스냅사진처럼 담은 ‘미술관에서의 대화’시리즈를, 박유아 작가는 장지에 분채로 그린 입양아 초상화 시리즈를 내놨다. 윤애영 작가는 전구를 이용한 빛 설치 작품으로 장자의 꿈을 형상화한 ‘비밀 정원’ 등을 선보였다. 신미경 작가는 서양의 고전 조각을 비누로 깎은 ‘화장실 프로젝트’ ‘좌대프로젝트’ 등을 소개했다.
작가당 6점을 선보이며 전체 작품을 가지고 가상의 전시 디스플레이도 했다. 사이트(https://sixshop.com/bluecs)에 접속해서 작가별로 작품을 감상하면 된다. 방명록 쓰듯 관람하고 자신의 이름과 감상을 남길 수 있다. 전시는 9월 말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