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코로나 꺾이자 우한 방문…사실상 ‘전염병 전쟁 승리’ 선언

입력 2020-03-10 16:37 수정 2020-03-10 16:38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을 전격 방문했다. 시 주석의 우한 방문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처음이다.

이는 중국이 사실상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선언하는 제스처이자 전염병 통제 성과를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초기 ‘늑장 대처’ 비난과 사태 확산 책임론에 휩싸였던 시 주석에 대해 ‘전염병과의 인민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으로 부각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10일 오전 항공편으로 우한에 도착해 후베이성과 우한의 코로나19 방역 업무를 시찰했다.

시진핑 주석은 우한을 방문한 뒤 일선에서 분투하는 의료진을 비롯해 인민해방군, 주민센터 근무자, 경찰, 자원봉사자와 환자, 지역 주민 등을 위문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환자들을 대규모로 수용하기 위한 긴급하게 만든 훠선산 병원을 방문해 환자 및 의료진을 만나 모두 확고한 신념으로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자고 격려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초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발생한 이후 중국 전역으로 급속히 퍼지는데도 베이징에만 머물면서 늑장 대처를 해 피해를 키웠고, 피해가 가장 심각한 우한은 방문하지 않아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 주석은 또 리커창 총리에게 전염병 대응 영도소조장을 맡기고,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을 방문하도록 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구설에도 올랐다.

시 주석은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를 보고한 지 3주 후인 1월 20일에 처음으로 “코로나를 단호하게 억제해야 한다”며 공개 언급을 했다.
우한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신화망캡처

비판이 제기되자 시 주석은 지난 1월 28일 베이징에서 WHO 사무총장과 만나 “내가 직접 (전염병 퇴치를)지휘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월 10일에야 처음으로 베이징의 전염병 일선 의료진을 방문했다. 그런 사이 전염병이 중국 전역으로 퍼져 3000명이 넘는 사람이 숨졌다.

따라서 시 주석이 아직 코로나19 퇴치전이 진행중인 우한을 서둘러 방문한 것은 자신에게 쏟아진 책임론을 희석시키고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로 이끈 최고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최근 후베이성 외에서는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 등 코로나19 확산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9일 하루 동안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는 19명이고 사망자는 17명이었다고 밝혔다. 9일까지 중국 내 누적 확진자는 8만754명, 사망자는 3136명이다.

중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6일 99명으로 100명 밑으로 내려간 뒤 7일 44명, 8일 40명, 9일 19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후베이성을 제외한 지역의 9일 신규 확진자는 베이징에서 1명, 광둥성에서 1명 등 2명뿐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이었다.
환자들이 대부분 빠져 텅 빈 우한의 임시 병원.신화연합뉴스

후베이성 우한의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17명과 16명으로, 우한 외의 후베이성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중국 본토는 사실상 코로나 신규 확진 ‘0’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의 우한 방문은 사실상 중국이 코로나 종식 및 전염병 전쟁 승리 선언 수순을 밟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염병 진정세가 확연해지자 후베이성 당국은 관내 기업 직원들의 출퇴근에 필요한 통행증을 발급하기 시작하는 등 조업 재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부 기업 직원들은 출퇴근에 필요한 차량 통행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그린 코드’를 부여받았다. 본인과 주변인의 건강에 이상이 없음을 증명하는 코드다.

우한시는 11일부터 관내 자동차 공장들의 가동을 단계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의 디트로이트’로 불리는 우한은 그동안 공장 폐쇄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 생산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했다.

우한 톈허국제공항 등 4개 공항도 곧 운영을 재개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우한시 공산당 서기인 왕중린은 지난 6일 우한 방역지휘본부 회의에서 시 주석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는 ‘감사 교육 운동’ 전개를 지시했다가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고 철회하기도 했다.

왕 서기는 코로나19 대응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시진핑 총서기에게 감사하고, 공산당에게 감사해야 한다”며 “당의 말을 듣고, 당과 함께 가면 강대한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이 “전염병 피해가 막대한 상황에서 나온 ‘감사 운동’ 지시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정부는 그 오만한 자세를 버리고, 우한 인민에게 겸손하게 감사를 표해야 한다”는 등의 질타가 쏟아졌다.

비판이 거세지자 중국 정부는 왕 서기의 발언 기사를 다급하게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