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걸려 죽은 사람 못 봤다”던 트럼프가 몰랐던 사실

입력 2020-03-10 16:33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언급하며 한 말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독감에 걸려 죽었다는 사람 못 들어봤다”고 자신 있게 주장했으나 과거 자신의 조부가 독감을 앓아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본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독감으로 죽는 사람의 수에 대해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며 “지난 오랜 기간 평균 3만6000명이 독감 때문에 죽는다고 들었는데 난 그런 숫자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독감에 걸려 죽는다는 말이냐”고 반문하며 “난 독감 걸려 죽은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CDC는 이날 2018~2019년 독감 유행 당시 3만4000여명의 미국인이 숨졌다는 추정 집계를 내놨다. 과거에도 독감으로 인해 6만90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CNN은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을 보도하며 “1981년 트럼프 대통령의 조부인 프리드리히 트럼프가 독감의 희생자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기 작가인 그렌다 블레어가 2001년 출판한 저서 ‘더 트럼프: 3세대에 걸친 건설자와 대통령’에는 이같은 사실이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부는 당시 49세 사업가였으며 세 자녀와 함께 뉴욕 퀸스에서 살았다. 당시 미국에서는 67만5000여명이 숨지는 ‘독감 바이러스 대유행’이 일었고, 전 세계 사망자도 500만명에 달한다.

블레어는 CNN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조부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의 부친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모는 남편을 잃은 뒤 트럼프 대통령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머물렀고 대통령의 유년 시절에 가까이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 부친과 왕래하며 가족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했다.

이어 과거 트럼프 대통령을 인터뷰하던 때를 회상하며 “그가 가족사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사업에만 대화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현재까지 이같은 사실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