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로그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스마트 물류가 필요하다

입력 2020-03-10 16:18
2일 대전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신임 장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1일 자로 소위로 임관한 이들 간호장교 75명은 3일 임관식 후 대구지역에 투입됐다. 연합뉴스

누구와도 얘기하지 마라! 누구도 만지지 마라!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라!
2011년 9월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 홍보 문구에는 ‘누구와도 얘기하지 마라! 누구도 만지지 마라!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라!(Don't talk to anyone, Don't touch anyone, Stay away from other people)’라는 자극적인 표현이 사용되었다. 코로나19(COVID-19, Corona Virus Disease 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가는 요즈음 영화와 현실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영화는 바이러스 감염증을 두고 벌어지는 대중의 공포와 사회적 혼란을 충격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한 세계 각국에서 영화와 유사한 상황이 거짓말처럼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변화시킨 평범한 일상, 그리고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급증

코로나19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바꾸었다. 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모든 외부 환경에 경계심이 생긴다. 마스크를 쓰고 서로가 서로를 피하며, 어떻게든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최대한 유지한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일이 연기됐고, 많은 대학도 개강을 미루면서 대학교수들은 온라인 강의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이 붐비는 장소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져 식당, 시장 등에 사람의 발길이 끊어졌다. 이에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 관련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사람이 급격하게 몰린 곳도 있다. 바로 온라인 쇼핑몰이다. ‘코로나 포비아(Corona Phobia)’가 확산하면서 새벽 배송을 비롯한 온라인 및 모바일 쇼핑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우려로 사람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외부 출입을 극도로 피하면서,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집 근처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통해 구입하는 경향이 커진 것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은 자체 물류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시행하면서 종합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대표는 소비자로부터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말을 듣는 것이 쿠팡의 미션이라고 강조해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하루 200만 건 수준이던 주문량이 300만 건 이상으로 급증했고, 수차례 보유 재고가 바닥나 더 이상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수준에 달했다. 쿠팡이 아직 플랫폼 확장과 점유율 확대를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스마트 물류부문 등에 투자를 강화하는 전략적 사업 구조를 추진하고 있고, 그로 인해 코로나19로 인한 주문 폭증이 쿠팡에게 이익이 아닌 대규모 적자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고민이 있겠지만, 쿠팡이 추구해온 점유율 확대는 분명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이자 가장 크게 타격을 받고 있는 중국에서도 전자상거래 급증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동(京东)은 지난 1월 말에서 2월 초까지 채소, 달걀, 육류 등 신선식품 주문량이 4배에서 10배까지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프라인 기업들도 생존을 위해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도입, 강화하고 있다. 알리바바(阿里巴巴集团)의 허마셴성(盒马鲜生), 어러머(饿了么) 등은 중국 전역에서 ‘비대면, 무접촉’ 방식의 구매, 수령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추세를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와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 시골 마을 상공에서 드론이 확성기를 장착하고 지상을 원격 모니터링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외부를 걷고 있는 노인에게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마스크를 바로 착용하라’는 등의 안내 방송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자신을 따라오는 드론을 의아한 표정으로 한참 응시하던 할머니는 결국 드론을 통해 전달되는 안내에 따라 집으로 돌아갔다.

코로나19는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시(武汉市)에서 시작됐고, 3월 8일 기준 중국 내 확진자가 8만 695명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 국내 상황도 문제지만, 중국 정부는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한 초기에 미흡하게 대응해 대규모 확산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국제 사회로부터 큰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 및 기업의 노력이 부단히 진행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코로나19 방역현장에 중국 기업의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이 집중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한 병원에서 환자에게 약품과 식사를 배달하는 것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다. 또 우한 병원 의료진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원격으로 필요한 내용을 전달한다. 의료진의 안전과 2,3차 감염방지를 위해 원격의료도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다. 우한의 시민들과 의료 종사자들에게 생필품 배달과 보급품을 전달하는 일도 스마트 무인 자율주행 로봇이 상당 부분 맡아 하는데, 인간 간 접촉을 최소화해 시민과 환자, 직원, 의료진을 상호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은 최근 스마트 물류에서 각광받고 있는 드론도 방역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선전의 드론 스타트업인 마이크로멀티콥터(MMC, MicroMultiCopter) 드론은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소독과 열 감지 촬영을 수행하고, 거리에서 마스크 미착용자를 찾아내는 일에도 활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기기가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투입되면서, 사람이 직접 하기 어려운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스마트 물류 도입과 적용 시급

코로나19 사태는 세계인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일종의 재앙과도 같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확산 및 발전 관점에서 바라보면, 4차 산업혁명 활성화가 좀 더 앞당겨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드론, 로봇을 활용한 무인배송, 원격의료 등 4차 산업혁명의 차세대 기술이 사람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입, 활용되면서 그 가치를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시진핑 주석은 중국 내 소비 위축을 막고자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해 집안에 머물고 있는 중국인 수천만 명에게 온라인 쇼핑몰 이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로 인한 격리가 일상화됐을 때도 전자상거래 붐이 일었고, 이것이 당시 신생기업이던 알리바바(타오바오), 징동이 급성장한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오랫동안 오프라인 쇼핑몰의 영역이던 신선식품, 생필품 구매를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흡수했다. 사태가 안정된 후 오프라인 매장 방문자 수가 점차적으로 회복되겠지만, 수많은 오프라인 매장과 기업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시스템 도입을 준비, 시작하거나 한층 강화하고 있고, 이를 통해 온라인 전자상거래는 코로나 이전과 대비할 때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자상거래 급증 환경에서 기업과 정부는 스마트 물류 도입과 적용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은 3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에서 세계 1위(ITU, 2016)로 평가될 만큼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대응과 관련 기술 도입은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 물류가 활성화되고 있는 중국은 오랫동안 열악한 물류 인프라 환경을 갖고 있었고, 아직도 농촌 등 많은 미개발지역의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 많은 중국 기업이 중국 전역 24시간 배송 목표를 표방하는데, 중국의 넓은 면적과 비도심 지역의 인프라를 감안할 때, 스마트 물류를 도입하지 않고는 이 목표를 이루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중국 기업은 스마트 물류를 적극 도입하게 되었고, 정부 지원과 함께 스마트 물류와 관련된 드론, 자율주행, 무인배송, 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한국에는 전국적으로 발전된 물류 인프라가 구축되어있고, 중국과 대비할 때 국토 면적도 넓지 않기 때문에 현재 한국의 물류 환경에서 국내 어느 지역이든 물품 배송 자체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스마트 물류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게 하고 새로운 기술 도입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스마트 물류는 결코 빠른 배송만을 위해 도입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24시간 배송 등 빠른 물류 서비스가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보이는 물류’라면, 기업이 빠른 배송 프로세스를 위해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은 ‘보이지 않는 물류’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은 ‘보이는 물류’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물류’를 체계적,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야 상황 변화, 가령 물동량 급증 등에 대응할 수 있다. 스마트 물류는 고객에게 구매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부터 주문, 원재료 조달, 제품 생산과 조립, 수송, 보관, 하역, 포장, 정보화 등 물류의 핵심 기능에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적용해 각 단계별로 생산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 조정, 공유하고 이를 통해 기업 공급망 전체를 최적화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이를 이루면 생산성과 처리 속도, 단위 물류비 등 효율성이 혁신적으로 개선되며, 안전사고를 줄이고 환경을 감안한 지속 가능한 발전도 이룰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다품종, 소량, 다빈도’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에 발맞춰 물류는 과거의 대량 수송에서 맞춤형 수송 쪽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제 물류업체는 서비스 이용자에게 실시간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모든 단계별 흐름을 모니터링,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오프라인에 의존한 폐쇄적인 물류 시스템으로는 이러한 변화를 감당할 수 없는 단계가 곧 도래할 것이며, 온라인 기반의 첨단 기술, 시스템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피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 되고 있다. 아마존, 알리바바, 징동 등 세계 최대 규모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 투자를 통해 스마트 물류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2018년 징동은 중국 국내 ‘24시간 배송’ 목표를 넘어, 스마트 물류를 통해 전 세계 ‘48시간 배송’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조만간 전자상거래는 더 이상 국내 기업 간 경쟁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간 거래(CBT, Cross-Border Trade)에서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스마트 물류와 첨단 기술 도입을 통해 기업들은 선진기업들과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중장기 발전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상당수 오프라인 매장은 매장 내에서 전시 제품의 인터넷 가격을 검색하지 못하게 제지하곤 한다. 반면 미국과 중국의 선진기업에서는 가격정보 전자 태그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매장 가격이 온라인 최저가에 연동해서 움직이고, 고객은 QR코드로 정보를 습득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매장에서 현금이 아닌 아마존페이,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으로 결제가 진행되면서 구매정보는 곧 적정재고, 생산관리, 배송, 사후관리, 구매패턴 등 주요 정보로 재활용된다. 반면 국내 기업은 이러한 온・오프라인 융합, 스마트화에 대한 대응이 아직 크게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한 인식변화와 함께 전자상거래 급증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글=송민근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