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의 재난 대처 능력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9일 아베 총리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아직은 긴급사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감염병 특별조치법 개정안에 포함된 ‘비상시 긴급사태 선언이 가능하다’는 부분을 두고 아직은 그 정도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200명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안일한 인식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국가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고 판단할 경우 ‘긴급 사태’를 선언할 수 있다. 정부가 국민의 이동권 및 집회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칼을 뽑으면서도 정작 사태가 긴급하지 않다고 표현한 것은 정부의 미비한 방역 역량을 감추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본 보건당국은 아베 총리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일선 지자체에 ‘병상 부족에 대비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미 확보한 5000여개의 병상으로는 늘어나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현재 일본은 감염자에 대해 전원 병상격리 지침을 세운 상태다.
후생성은 감염병 대처 능력이 없는 병원도 감염자를 수용하라고 할 정도로 우려가 크다. 일본 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전문가는 “곧 감염 경로를 일일이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며 “3달 후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 경고했다.
역학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달 후에는 도쿄에서만 하루에 4만5000여명이 병원을 찾고 그 중 2만명이 격리된다. 중증 환자도 700명에 달한다. 특히 65세 이상 노년층의 감염률은 10만명당 56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인구 10명 중 3명이 노인인 일본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전면 휴교, 한국인 입국 금지 등 근거가 부족한 대책들을 임의로 발표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긴급 사태가 아니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최악의 사태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적인 긴급 사태 선포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