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아내 김미경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신음하는 대구로 의료 봉사를 떠난 지 열흘째다. 부부는 오전과 오후, 하루 총 2차례 방호복을 입고 검체 채취와 문진 등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를 화상 연결로 주재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파란색 반소매 수술복과 면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화상 연결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지난 주말 여러 의인이 휴가를 내 대구로 향한다는 보도를 보면서 이 시점에서 제가 있을 곳은 여의도가 아니라 대구라는 생각을 했다”며 “전국에서 휴가를 내고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오신 분들이 많이 있다. 이분들의 땀방울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위대함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와 제 아내는 이곳 대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정치인 안철수가 아니라 의료진 안철수,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인 안철수로서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지난 9일에 화상 연결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한 확진자 부부의 애끓는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지난 주에 한 아주머니 환자를 만났다. 가슴이 너무너무 답답하다며 하소연을 했다. ‘숨 쉬는 건 불편하지 않나, 통증이 없나’라고 물어 보니 어제 남편이 죽었다더라”며 “같은 병(코로나19)에 걸린 후 서로 다른 병원에 입원했는데 어제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 이후로 계속 가슴이 답답해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안 대표는 “도대체 어떤 말이 그분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나. 고통과 죽음이 바로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현장에서 함께하면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치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 시점에도 나라가 둘로 나뉘어 싸워야만 하는 것인지, 권력을 가진 자와 그 권력을 빼앗으려는 자 모두 국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책임 있게 고민했던 세력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의 의료 봉사를 기점으로 국민의당 지지율은 높아졌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는 9일 YTN 의뢰로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당 지지율이 1주일 전보다 3.0%포인트 오른 4.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 2030세대와 중도층의 호응이 컸다. 20대 지지율이 지난 주 같은 조사보다 4.8%포인트 상승한 6.9%를 기록했다. 30대 지지율도 7.6%포인트 오른 8.1%를 기록했다. 중도층의 지지율은 4.5% 포인트 오른 7.1%였다.
안 대표는 진료 봉사에 시한을 정해두지 않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황이 심각해 안 대표가 예상보다 오래 대구에 머무르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안 대표를 향한 박수를 보내고 있다. “안철수 정치 인생 중에 가장 잘한 일”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를 찍은 친구를 놀렸는데 미안해질 지경이다. 실천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라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