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예방 근거 없다”는데 왜 마스크 착용 열풍 끝나지 않을까

입력 2020-03-10 13:45
마스크 5부제가 시행에 들어간 9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약국 출입문에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건강한 일반인은 마스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착용해서도 안 된다. 마스크가 건강한 사람을 감염에서 보호한다는 증거는 없다.”

엘리 페렌세비치 아이오와 의대 교수는 지난 1일 보도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마스크 감염 예방 기능을 지적했다.

페렌세비치 교수는 오히려 “마스크를 잘못 착용하면 얼굴을 평소보다 더 자주 만지게 되고 그 결과 감염 위험이 커지게 된다”며 “마스크를 쓰고 벗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지 않아도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마스크 착용이 감염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한다”며 “이제는 마스크 사겠다며 ‘사회적 격리’의 원칙까지 무시하니, 더 위험하다. 심지어 확진자까지 그 줄에 끼어 있더라. 한국에서는 종교적 신앙처럼 굳어져서 인제 와서 생각이 바뀌기는 힘들 것 같다”고 적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틀째이자 화요일인 10일 오전 경북 경산시 한 약국 앞에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서 기다리고 있다. 이날은 출생연도 끝자리가 2·7년생만 약국에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여권 등 신분증을 보여주고 2장의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다.연합뉴스

이처럼 감염 예방 기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마스크 착용 열풍은 잠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주말 종로구 대학로 근처에서 만난 마스크 미착용자 A씨(25)도 “서울 확진자도 별로 없고, 마스크 효과도 없다길래 안 끼고 나왔다”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서 내일부터는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적 마스크는 매진행렬이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첫날인 9일 전국 약국들의 문 앞에는 “공적 마스크 판매 품절. 죄송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었다.

마스크 착용 열풍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사회학 전문가들은 정부의 초기 지침을 지적했다. 김진영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함에도 마스크 열풍이 계속되는 이유는 보건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초기 지침을 내릴 때 별다른 설명 없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요구했기 때문이었다”며 “이후 (개인이) 모든 사람을 잠재적 감염자로 경계하는 경향이 생겨서 마스크를 착용하여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다른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데, 혼자만 착용하고 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거나 가까이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는 듯하다”며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하고는 감염자와 접촉할 확률이 매우 낮은데도 과도한 불안과 두려움이 사회적으로 형성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민아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도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초창기부터 마스크를 쓰는 것이 강조되었다”며 “마스크를 쓰는 것이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 잡아서 과학적으로 마스크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이미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민폐라고 여겨지는 상황인데 인제 와서 마스크를 안 쓰는 게 좋다는 이야기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교수는 이어 마스크 수급 안정화를 강조했다. 그는 “무증상 감염자 보도, 엘리베이터에서 1분 만에 감염되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마스크 열풍이 시민들의 비이성적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며 “마스크 사용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이미 설득력이 떨어지므로 정부는 시민들의 불안을 이해해야 한다.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마스크 착용의 장단점도 균형 있게 알려야 한다”고 했다.

다만 두 교수는 과도한 불안이 낳는 부작용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마스크의 감염 예방 효과는 별로 없다는 주장이 타당해 보인다”며 “마스크 착용에 집착하는 행위가 심리적으로는 이해될 수 있으나 합리적인 행위는 아니다. 기관지 증상이 없는 경우는 마스크 착용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손 씻기나 손 소독제 사용 등에 관심을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도 “과도한 불안으로 ‘기회 있을 때 사두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기보다는 마스크 착용에는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며 “또한 개인이 마스크를 가능한 한 많이 사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스크 대란은 진정되기 어렵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