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주 6일 경기에 연관중 700만 이상
대구 연고 삼성, 리그 초반 원정경기 편성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출범 38년 만에 처음으로 프로야구 정규리그 개막전을 연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서리그를 강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개막일은 당초 오는 28일로 예정됐지만 다음달로 미뤄졌다.
KBO는 10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이사회를 마친 뒤 “2020시즌 개막일을 4월 중으로 잠정 연기하되 정상적인 리그 운영을 목표로 삼아 팀당 144경기씩 편성된 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정운찬 KBO 총재와 10개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출신인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전병율 교수로부터 국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뒤 개막 연기를 결정했다.
프로야구 개막 연기는 1982년 출범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이미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달 29일로 예정했던 2020시즌 K리그 개막을 2주째 연기했고, 춘추제로 진행되는 프로농구·배구가 중단된 상황에서 프로야구도 결국 개막 연기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야구는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연간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종목이다. 열기가 한풀 꺾였다는 지난해의 관중 수만 해도 728만6008명으로 집계됐다. 그 이전까지 3년간 800만 관중을 넘어섰다. 더욱이 KBO리그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주 6일제로 진행돼 감염 확산이 다른 종목보다 빠를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 12개 구단 대표자 회의를 지난 9일에 열고 당초 오는 20일로 예정됐던 개막일을 4월로 연기했다.
이사회 회의 내용을 브리핑한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개막일을 늦어도 2주 앞둔 시점까지 확정할 것”이라며 “주마다 실행위원회, 이사회를 번갈아 개최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살피는 한편 선수단 운영, 입장권 예매와 같은 경기 운영 준비를 고려해 개막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사회는 4월 중순을 개막일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KBO는 이때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무관중 경기, 월요일 경기 및 더블헤더 편성을 고려하고 있다.
류 사무총장은 “4월 하순에 개막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일정을 12월 초까지 연장하게 된다. 더블헤더, 월요일 경기 편성을 검토하겠다”며 “4월 중순까지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위험 수위로 판단되면 무관중으로 리그를 시작하자는 논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막은 연기됐지만 리그 일정이 모두 재편되지 않는다. 기존 일정표에서 KBO에 의해 리그 시작일로 지정된 날짜의 경기가 2020시즌의 개막전이 되는 셈이다. 오는 28일부터 앞으로 결정될 개막일 이전까지 소화하지 못한 경기는 우천 순연처럼 향후에 재편성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가파르게 나타나는 대구를 연고로 둔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리그 초반 일정이 원정경기 위주로 재편될 수 있다.
류 사무총장은 “구단마다 선수 관리를 놓고 많이 이야기했다. 삼성의 경우 대구 확진자 수가 많아 리그 초반 일정을 원정 위주로 편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 구단은 정규리그 개막 전까지 내부 청백전 형태의 연습경기를 진행하되 선수단의 이동과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단 간의 경기를 갖지 않기로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