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요? 돈 있으시죠? ‘알곡’만 데려가는 신천지 수법

입력 2020-03-10 11:09 수정 2020-03-10 11:41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은 '대상자 상태파악 멘트'를 미리 만들어놓고 치밀하게 포교대상자의 의지력, 건강상태, 채무상황을 점검한다.

국민일보가 10일 입수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상자 상태파악 멘트’와 ‘포교금지 9개 그룹’을 보면 신천지가 얼마나 치밀하게 포교대상자를 선별하는지 엿볼 수 있다.

신천지는 포교 활동을 펼치기 전 대상자의 건강상태, 채무상황 등을 일일이 점검하고 포교금지 그룹에 속하지는 않는지 철저히 따진다.

일례로 건강문제와 관련해선 “요즘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 하라는 통지가 오는데, 저도 작년에 검진을 받았어요. 집사님도 건강검진을 자주 하시나요?”라며 자신의 건강검진을 핑계로 상대방의 건강상태를 자연스럽게 체크한다.

채무문제와 관련해선 좀 더 구체적이다. 쇼핑하면서 현금을 사용하라고 해놓고 “몇 년 전 남편의 사업실패로 카드사용을 안 하고 있는데, 집사님께선 카드를 사용하시는 것을 보니 신용이 좋으신가 봐요?”라는 질문을 넌지시 던지라고 돼 있다.

또 자기 주관이 확실한지 점검하기 위해 “저는 물건 살 때 일일이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 할 수 있는데, 집사님은 어떠세요”라고 하면서 상대방의 상태를 떠보도록 했다.

신천지의 포교금지 9개 그룹. 이 표에 따르면 가족 중에 중환자를 돌보는 자,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 있는 자, 나이가 61세 이상인 자 등은 포교가 금지된다.

이렇게 치밀하게 계산된 질문을 던지는 이유가 있다. ‘알곡’을 선별하기 위해서다.

신천지 탈퇴자 A씨는 “신천지는 ‘알곡만 데려간다’는 교리 때문에 부채가 많거나 건강이 안 좋거나 나이가 많거나 장애가 있으면 낮은 점수를 매긴다”면서 “그래서 이들을 ‘가라지’로 평가하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천지는 건강이 좋지 않거나 극심한 채무를 지닌 사람, 가족 중에 중환자를 돌보는 사람, 주관과 의지력이 불확실한 사람 등 불필요한 사람은 사전에 골라낸다”면서 “이 사람들은 신천지의 ‘포교 금지 9개 그룹’에 포함돼 포교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말했다.

탈퇴자 B씨도 “속칭 가라지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신천지에 데려와도 관리가 안 되고 헌금도 못하기에 추수꾼 입장에선 쓸모없는 사람”면서 “추수꾼이 아무리 포교대상자를 ‘알곡’이라고 추천해도 구역장, 부장, 교관, 회장, 총무, 지파장 결재 없이는 다음 포교 단계로 절대 넘어갈 수 없다”고 했다.

신천지는 부채가 많거나 건강 문제가 있으면 받아주지 않는데, 심지어 우울증 여부까지 체크한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은 “신천지가 겉으로 종교평화, 새 하늘과 새 땅의 교회라고 외친다”면서 “하지만 이들의 실체는 돈 많고 건강한 사람만 찾아 치밀하게 접근하는 시한부 종말론 사기 집단에 불과하다. 한국교회와 전혀 상관없는 집단이니 절대 미혹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