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학부모들이 자녀 1명당 사교육비로 지출한 금액(학생 1인당 사교육비)이 정부 통계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가폭도 작년이 역대 최대였는데 특히 고교생 학부모의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비가 매년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교육부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10일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초·중·고 3002곳의 학부모 8만여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6월, 9~10월 조사해 분석한 내용이다. 사교육비 총 규모, 사교육 참여율, 학생 1인당 사교육비 등 거의 모든 지표가 악화됐다.
학부모 부담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32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30만원선을 돌파한 것은 2007년 사교육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2015년에 24만4000원으로 최고치를 갈아치우더니 4년 연속 기록을 경신했다.
사교육비를 아예 지출하지 않는 학부모까지 넣어 평균을 구했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금액일 수 있다. 그래서 교육부도 금액 자체보다는 사교육비 증가 추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 32만1000원은 2018년보다 3만원 늘어난 수치다. 증가 추이를 보면 2012~2015년 기간에는 2000~3000원 오르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2016년에 1만2000원으로 껑충 뛰더니 2017년 1만6000원, 2018년 1만9000원으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증가폭 3만원은 역대 1위 기록이다.
고교생 사교육비 증가가 전체 사교육비를 끌어올렸다. 고교생 1인당 사교육비는 36만5000원이었다. 지난해 32만1000원보다 4만4000원 늘었다. 초등학생은 29만원으로 2만7000원, 중학생은 33만8000원으로 2만6000원 증가했다.
사교육비 총 규모는 21조원으로 전년대비 1조5000억원 증가했다.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지만 사교육 시장은 오히려 더 커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사교육 참여율도 74.8%로 전년 대비 1.9%포인트 상승했다. 교육부는 “사교육 증감 원인을 다양한 각도에서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구본창 정책국장은 “지난해 사교육비 증가는 재앙 수준”이라며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나 자사고 폐지 같은 장기 대책만 언급할 뿐 학부모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