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들어왔어요” “다 팔렸어요”… 마스크 구입 아직도 전쟁

입력 2020-03-10 10:07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처음 시작된 9일 월요일.

그동안 약국 앞을 지날 때마다 ‘마스크 없음’ ‘마스크 매진’ 안내문을 보면서 허탈했던 터라 5부제를 믿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집 근처 약국으로 갔다. 공급은 같더라도 5부제로 수요가 5분의 1로 줄어들었으니 이전보다 구입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2장이지만 그동안 온라인몰에서 바가지 쓰는 줄 알면서 평소의 10배 값으로 마스크 구입한 억울함도 달래고 싶었다.

처음 방문한 곳은 광교역 부근이고 대학교 인근이라서 점심 때까지 마스크가 남아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맨먼저 눈에 띈 것은 미입고를 알리는 안내문이었다. 이곳으로 온 이유는 동네 약국 3곳 중 한 빌딩서 2곳이 영업 중이어서 확률적으로 구입이 용이하리라 생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1층 약국 안내문엔 5층 약국과 통합해 공적 마스크를 공급한다고 했다. 그리고 5층 약국엔 아직 입고가 안된 것이다.


나온 김에 약국을 더 돌아보기로 했다. 600m 쯤 떨어진 네거리 약국으로 갔다. 오전에 200개가 입고됐지만 매진됐단다. 약국은 자세한 구입 요령 안내문을 붙여놨다. 자세한 안내문이 구두로 묻지 말라는 의미인 줄 알면서 사정을 물었다. 마스크가 언제 입고될지 모르니 약국 오픈 시간에 맞춰서 와야 한단다. 이곳은 그래도 주간 출근자를 위하여 오후 입고되는 50개는 오후 6시30분 이후에 판매한다고 안내했다. (나중에 카카오톡 확인하니 6시28분에 ‘줄 커트라인했어요, 헛수고하지 마시길…’ 이라고 올라왔네요)


오기가 생겼다. 좀 멀리 떨어진 약국들에 전화를 걸었다. 대부분 미입고거나 매진이었다. 남은 곳도 소형만 있다고 했다. 소형이라도 구해놨다가 귀걸이 고무줄을 늘려서 써볼까도 했다.

다른 지역 사정이 궁금했다. 나이가 같은 학교 동창과 친구 단톡방과, 지역 카카오톡 커뮤니티에 상황을 물었다.

서울 목동 친구는 동네 약국을 거쳐 목동이대병원 부근 약국을 3곳 찾았지만 허탕쳤다고 했다. 평촌 친구는 다행히 약국이 번호표를 나눠준 뒤 입고후 찾아가는 방식으로 판매해 많이 안 기다리고 2장 구입했단다. 동대문구 지역에서 줄이 길지 않아 쉽게 구입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하지만 못 샀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지역 커뮤니티는 서로 약국 상황을 전해줬다. 어느 약국서 좀전까지 팔았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하고, 면마스크 사용 방법 등 아이디어가 나왔다.

강남에서 취재원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집에서 좀 떨어진 약국을 돌아보기로 했다. 마침 사람들이 줄서 있는 모습을 보고 뒤에 붙었다. 긴 줄은 아니어서 기대했는데 앞 쪽 사람이 120번 마지막이란 손팻말을 들고 자기까지로 구입 가능인원이 끝났단다.


뒤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 돌아섰다. 그냥 갈까 하다가 ‘행운’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중간에 사람 세는 것이 잘못됐다면 나까지 차례가 오지 않을까. 바로 앞에 선 젊은 친구와 마스크를 그동안 어찌 구했는지 대화하면서 기다렸다. 20분쯤 지난 후 약국에 입장, 조마조마하게 약사의 표정을 바라봤다. 120번까지 이제 앞에 3명이 남았다.


혹시 마스크가 부족하다면 약사의 표정이 굳을 텐데 그렇지 않다. “얼마나 남았어요?” 물으니 10명쯤 더 살 수 있을 거란다. “와~” 앞 친구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나한테 고맙다고 했다. 돌아가려고 했는데 내가 남는 바람에 기다렸다고 한다. 우리 뒤에는 5~6명이 더 줄서 있었다. 이들도 아쉽지만 2장의 마스크를 들고 즐겁게 돌아가리라.

하지만 오늘도 마스크 전쟁은 계속된다. 방금 동네 약국의 마스크 판매 소식이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