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츠, CPAC서 확진자 접촉 뒤 지난 주말 트럼프와 같은 리조트 머물러
개츠, 9일엔 대통령 전용기 타고 워싱턴으로 함께 이동
콜린스, 같은 확진자 접촉 뒤 트럼프 일정 동행하고 악수도
이들 포함해 동일 확진자 접촉한 미 의원 4명 자가격리중
트럼프, ‘유세 강행’ 요지부동
미국 공화당 의원 2명이 지난달 말 열렸던 보수단체 행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에 동행했던 사실이 9일(현지시간) 알려져 백악관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의원 2명을 포함해 보수행사에서 확진자와 접촉했던 공화당 의원 2명 등 모두 4명의 의원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문제가 된 행사는 지난달 26∼29일 워싱턴과 붙어있는 메릴랜드주에서 ‘미국 보수주의연합(ACU)’이 주최한 ‘보수정치행동회의(CPAC)’다. 이 행사에 참석했던 사람 중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 행사에 참석해 연설까지 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해당 참석자와 만났거나 가까이에 있었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 2명이 CPAC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전용기를 함께 타거나 악수를 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CNN방송은 CPAC의 확진자와 접촉했던 맷 개츠 공화당 하원의원이 자가격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문제는 플로리다주가 지역구인 개츠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을 보냈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함께 머물렀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워싱턴으로 돌아올 때 개츠 의원이 동승했다고 CNN은 전했다.
개츠 의원실은 “개츠 의원이 아무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는 오늘(9일) 조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며 “의사의 예방 권고에 따라 그는 14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츠 의원은 지난 4일 미 하원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83억 달러(약 9조8천억원) 규모의 긴급 예산 법안을 통과시킬 때 가스 마스크를 쓰고 표를 던졌다고 CNN은 보도했다.
더글라스 콜린스 공화당 하원의원도 9일 트위터를 통해 “CPAC 주최 측으로부터 내가 확진자와 함께 있는 사진을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나는 완벽하게 건강하다고 느끼고, 어떤 증상도 없지만, 14일 동안 집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지아주가 지역구인 콜린스 의원은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방문 일정에 동행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CDC 방문을 위해 에어포스원을 타고 조지아주 도빈스 공군기지에 착륙했을 때 콜린스 의원이 마중 나와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장면을 촬영해 보도했다.
하원 법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콜린스 의원은 탄핵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어에 몸을 던졌던 충성파 인사다. 콜린스 의원과 수시로 접촉했던 그의 비서진 2명도 자가격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CNN방송은 전했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CPAC 행사에서 확진자와 악수하고 잠시 대화한 것으로 확인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공화당 폴 고사 상원의원도 같은 행사에서 같은 인물과 접촉해 자가격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의원은 아니지만 CPAC를 주최한 ACU의 맷 슐랩 의장이 행사장에서 확진자와 짧게 접촉한 뒤 트럼프 대통령, 펜스 부통령 등과 인사를 나눴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슐랩 의장까지 포함시키면 트럼프 대통령은 CPAC 확진자와 접촉했던 최소 3명의 인사들과 접촉을 가진 셈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CPAC 참석자 중 확진자는 1명으로 추가 감염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게다가 73세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층이라는 점도 백악관의 고민이다.
보건 당국자들은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군중 행사를 자제할 것을 미 국민에게 권고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일정을 계속 소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WP는 미 행정부 인사들이 코로나19가 트럼프 대통령의 4년 차인 2020년을 집어삼킬 ‘블랙 스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랙 스완은 검은색 백조를 발견하는 일처럼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한번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을 의미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