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세리에A, 코로나19 불구 리그 강행 두고 정부와 ‘파열음’

입력 2020-03-09 18:15 수정 2020-03-09 18:16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투린의 알리안츠 경기장에서 세리에A 유벤투스와 인터밀란과의 경기를 앞두고 한 기자가 체온 측정을 받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프로축구 세리에A와 정부 사이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창궐을 막기 위해 리그를 중단하라는 정부의 권고에도 세리에A 측이 이를 무시하면서다. 급기야 체육부 장관이 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에 이르자 이탈리아 축구계에서도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빈첸조 스파다포라 체육부 장관은 이날 이탈리아 RAI방송의 인기 축구프로그램 ‘90미누또’에 출연해 “축구계는 마치 전염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돈 이야기만 하고 있다. 화요일(10일)까지 기다려도 책임있는 조치가 없으면 (정부가) 개입하겠다”고 발언했다. 이어 “세리에A와 파올로 달 피노 연맹 회장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리그 경기가 강행됐다”며 비난했다.

앞서 지난주 이탈리아 정부는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무관중 경기를 실시하라고 한 데 이어 8일 세리에A 경기 일정 몇시간 전에 급기야 리그 중단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날 예정되어 있던 파르마와 SPAL 사이 리그 경기는 예정보다 1시간 15분 연기된 뒤 그대로 진행됐다. 유벤투스와 인터밀란 사이 경기 등 이외 4개 경기도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이탈리아축구연맹(FIGC)은 10일 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축구계 반응은 엇갈린다. 일간 가제타델라스포르트에 따르면 이탈리아 선수노조(AIC)는 정부 지시대로 세리에A가 중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선수노조는 성명에서 “(경기를 위해) 원정을 떠나거나 감염지역을 오가고 시합을 하는 건 위험하다. (경기에 앞서 선수들끼리) 악수를 하는 것도 위험하다”며 “축구 역시 바이러스에서 예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세리에A 연맹 측은 그러나 애초 정부가 내놨던 무관중 경기 권고를 지켰으며 정부가 경기를 겨우 몇시간 앞두고 개입을 시도한 것 자체가 부당하며 새로 내놓은 조치가 혼란만 부추긴다는 입장이다. 달 피노 회장은 “정부가 다른 이들에게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그 중단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세리에A와 구단 측이 금전적 손실 때문에 리그를 강행하고 있다실제로 리그가 중단될 경우 각 구단과 세리에A 측에서 감당해야 하는 손실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정부가 비난을 돌리기 위해 실제 필요없는 과도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구단과 감독들은 대개 리그 중단에 부정적이다. 칼리에리의 토마소 지울리니 단장은 트위터 계정에 “이탈리아는 포퓰리즘스러운 주장이 아니라 진지함과 솔직함이 필요하다”고 스파다포라 장관을 비판했다.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도 이날 인터밀란과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격리로) 집에 갇힌 사람들에게 2시간 동안의 TV 앞 즐길거리마저 빼앗는 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