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두 단장’ 사태로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였던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오페라단 사무실은 9일 내내 한산했다. 최근 법원의 해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윤호근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이날 오전 9시 사무실이 아닌 예술의전당 인근으로 출근했기 때문이다. 박형식 현 단장은 평소처럼 출근해 사무실을 지켰다. 박 단장은 이날 본보와 만나 “이번 사태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윤 단장의 문제라 보탤 말은 없다”며 “가장 큰 피해자는 직원들이다. 일에 차질 없도록 직원들을 잘 추스르고 평소 하던 대로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법원은 문체부에 윤 단장에 대한 해임처분을 취소하고 면직처분 집행도 정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윤 단장은 지난해 5월 채용조건에 미달한 이를 합격시켰다며 자신을 해임한 문체부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오페라단은 정부 합동 조사를 통해 적발된 공공기관 채용비리 182건에 포함된 바 있다. 문체부는 소송 중이던 그해 9월 수장 공백 상태를 막고자 박 전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을 단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법원이 이번 판결로 윤 단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오페라단은 하루아침에 두 단장이 존재하는 상황에 처했다.
특히 윤 단장이 9일부터 출근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큰 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윤 단장이 출근을 보류하면서 사태도 잠시 유보됐다. 그는 이날 “법률상 출근하는 것이 맞지만, 오페라단과 문체부 입장을 듣고 출근 절차 등을 조율할 생각으로 인근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내 명예를 회복한 것이고, 한국 오페라계 발전을 위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박 단장님은 오랫동안 예술 행정에 몸담은 베테랑이시다. 결국 이 상황을 초래한 문체부가 적절한 조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1심 판결 직후 항소와 항고 의지를 밝힌 상태다.
이르면 10일이 오페라단 초유의 사건인 ‘두 단장’ 사태의 주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문체부 대응에 이목이 쏠린다. 윤 단장은 “판결문이 아직 문체부에 전해지지 않아 입장과 조치에 대한 결정을 못 내린 상황이라고 오페라단 관계자에게 들었다”며 “문체부가 오늘 중으로 입장을 정리하면 내일(10일) 오전 중 직접 만나 의견을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의 조치와는 별개로 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4월 초까지 취소된 공연들에 대한 후속 처리를 포함해 공모 사업 등 업무가 쌓여있다. 당장 윤 단장이 출근해 머무를 곳도 마련되지 않았다. 오페라단 관계자는 “사무실 내부에 추가로 마련할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어 대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