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천국제공항 개점 휴업… 조기 출국자들만 부산

입력 2020-03-09 16:48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인 이용객이 급감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우진 기자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해외 출국을 앞둔 사람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사업·유학 등의 이유로 출국이 불가피한 사람 중 일부는 추가 제한 조치가 가해지기 전에 예정일을 앞당겨 출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들은 출국 절차를 밟는 와중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타국에서 격리조치를 당하거나 인종차별에 시달리진 않을까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9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은 ‘개점 휴업’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한산한 모습이었다. 하루 20만명에 육박하는 이용객으로 북적이던 풍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터미널 라운지에는 공항 직원들과 항공사 직원들, 귀국길에 오른 외국인들이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100곳이 넘는 국가에서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한국인 이용객이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인 입국 자체를 금지하는 국가도 40여곳에 달한다.

공항 터미널에서 드물게 목격되는 한국인들은 예정된 출국 일정을 앞당긴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사태가 급격히 확산되기 전인 지난 1월 초 후두염 치료를 위해 입국한 이모(51·여)씨는 오는 16일로 끊어뒀던 항공권을 이날로 급히 바꿨다. 이씨는 “미국 정부의 한국인 입국제한 정책이 언제 바뀔지 몰라 걱정이 됐고, 미국에 있는 가족들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빨리 들어오라고 재촉해 일정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증상은 없지만 이씨는 입국 직후 집으로 가지 않고, 2주간 호텔에서 자가격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 체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미국은 대구를 ‘여행금지 권고지역’으로 지정했지만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는 아직 취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입국제한 조치를 하기에는 적절한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미국 내에서 입국제한 여론이 높아지면 추가적인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실제 미국 이민정보 인터넷카페에는 출국 일정을 앞당겨야 하는지 묻는 글들이 우후죽순 올라오는 중이다.

이런 불안감은 미국으로 출국하는 한국인 이용객 모두 공통적이다. 미국 시애틀의 한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는 아들을 배웅 나온 김모(54)씨는 “아직 격리조치나 입국금지 같은 이야기는 없지만 아들이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미국 내에서 차별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들 역시 18일이던 예정일을 당겨 출국했다. 김씨는 “일본처럼 갑작스레 제한정책을 발표하면 갑자기 발이 묶이게 될까 봐 걱정됐다”고 했다.

예약해 뒀던 여행일정을 취소하지 못해 출국하는 여행객들도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 그리스 아테네로 들어갈 예정인 대학원생 이모(28)씨는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돼서 항공사에 문의전화도 해 봤지만 명확한 답을 받지 못했다”며 “어쩔 수 없이 가긴 하는데 여행 기간 내내 어디 격리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정우진 정현수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