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통합당 총선 압승해도 ‘문 대통령 탄핵’ 못 시킨다”

입력 2020-03-09 16:39
연합뉴스, 진중권 전 교수 페이스북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정부 대응을 지적하며 일부 국민 사이에서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 탄핵’ 주장에 대해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8일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말은 지지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줄지 몰라도, 실제로는 자기들에게 해만 끼치게 된다”며 “정치는 감정을 표출하기 위한 표현주의 예술이 아니다”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미래통합당이 (총선에서) 압승한다 해도 200석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탄핵이 가능하려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동조해줘야 하는데, 그 일이 가능하려면 대통령 지지율이 박근혜정권 말기처럼 7%까지 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 대통령 지지율은 40%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탄핵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없다는 얘기”라며 “게다가 탄핵을 하려면 대통령의 선거개입이 사실로 드러나야 하는데, 대통령은 재임 중엔 소추당하지 않는다. 그러니 태블릿PC 같은 스모킹 건이 다른 경로로 드러나지 않는 한 탄핵 사유조차 마련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탄핵을 얘기하는 것은 자충수가 되기 쉽다. 민주당에서는 이를 자기들 지지자 결집의 빌미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정권에 실망했던 민주당의 느슨한 지지자들에게 다시 민주당을 찍어야 할 이유만 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진 전 교수는 “정치 지도자는 지지자들에게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공해야 하는데 탄핵이라는 비현실적 목표를 제시했으니, 대중의 에너지가 엉뚱한 방향으로 소모된 것”이라며 “과도한 언어의 인플레이션은 그저 중도층의 등을 돌려세우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왜 전선을 밖으로 넓게 칠 생각은 안 하고 중원을 다 내준 채 안쪽의 핵심적 지지층 주위에 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 진중권 전 교수 페이스북 글 전문

대통령탄핵?

이런 말은 열성적 지지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줄지 몰라도, 실제로는 자기들에게 해만 끼치게 됩니다. 정치가 무슨 감정을 표출하기 위한 표현주의 예술도 아니고.

일단 탄핵은 불가능합니다. 미래통합당이 설사 압승을 한다 해도 200석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탄핵이 가능하려면 민주당 의원들이 거기에 동조해줘야 하는데, 그 일이 가능하려면 대통령 지지율이 박근혜 정권 말기처럼 7%까지 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 지지율은 40%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탄핵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없다는 얘기죠. 게다가 탄핵을 하려면 대통령의 선거개입이 사실로 드러나야 하는데, 대통령은 재임 중엔 소추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태블릿 PC와 같은 스모킹 건이 다른 경로로 드러나지 않는 한 탄핵의 사유조차 마련하기 힘듭니다. 그러니 헌재로 가도 결과는 뻔하겠죠.

이런 상황에서 '탄핵'을 얘기하는 것은 자충수가 되기 쉽죠. 일단 민주당에선 이를 자기들 지지자 결집시키는 빌미로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정권에 실망했던 민주당의 느슨한 지지자들에게 다시 민주당을 찍어야 할 이유만 준 셈입니다. '대통령을 지키자.' 거기에 박근혜까지 나서고, 그가 건넨 독사과를 아무 생각없이 덥석 물었으니, 아마 민주당에서는 신이 났을 겁니다. '박근혜가 돌아왔다.' 분열된 표를 합치는 정치 공학보다 중요한 게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데, 2016년 총선을 보고도 아직 배우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때 야권은 사분오열돼 있었는데도, 참패한 것은 외려 민심을 잃은 새누리당이었죠.

정치 지도자는 지지자들에게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런데 '탄핵'이라는 비현실적 목표를 제시했으니, 대중의 에너지가 엉뚱한 방향으로 소모된 거죠. 탄핵청원이 무려 120만이던가요? 물론 심재철 의원도 탄핵이 가능하다고 믿어서 한 얘기는 아닐 겁니다. 열성적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선동으로 한 얘기겠지요. 하지만 과도한 언어의 인플레이션은 그저 중도충의 등을 돌려세우는 결과만 낳을 뿐입니다. 왜 전선을 밖으로 넓게 칠 생각은 안 하고, 중원을 다 내준 채 안쪽의 핵심적 지지층 주위에 전선을 치는지 모르겠네요. 당에 브레인이 없어요. 그나마 뇌(김종인씨) 이식을 받는다고 하니, 어떤 물건을 내놓는지 지켜보죠.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