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공급 ‘특정업체 몰아주기’?…정부 “거래선 많아 선정”

입력 2020-03-09 15:56

공적마스크 유통 지오영, 백제약품 전담
“현 정권과 가까워 특혜” SNS 등에서 의혹
지오영 전체 약국의 60% 거래선 확보 중
다만 거래선 다양화 안한 건 아쉬운 대목

정부가 공적마스크 유통을 특정 업체에 몰아줬다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일 평균 560만장 공적마스크 공급은 지오영, 백제약품 두 곳이 전담하고 있다. 이들이 가져가는 유통 수수료는 장당 100~200원, 하루 약 5억~11억원이 된다. 따라서 일각에서 이 업체들이 현 정권과 가까워 특혜를 입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이 선정된 건 약국과의 거래 규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오영의 경우 전체 약국의 60%와 거래선을 가지고 있다. 국내 최대다.

정부는 일 평균 560만장의 공적마스크를 2만3000개 약국에 공급하고 있다. 공급 유통을 담당하는 곳은 지오영과 백제약품이다. 이에 대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는 정부가 특정 업체에 몰아줬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조달청이 공적 마스크 생산 업체와 계약한 단가는 장당 900~1000원이다. 지오영과 백제약품은 이를 약국에 1100원에 공급하고 있다. 업체가 장당 100~200원의 유통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다. 두 곳이 공적마스크 일 평균 물량(560만장)을 모두 공급하면 하루 약 5억6000만~11억2000만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두 곳을 선정한 건 거래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루 빨리 마스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거래선이 많은 곳이 필요하다. 지오영은 국내 전체 약국의 60%, 가장 많은 거래선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불가피하게 지오영을 선택한 것이다. 지오영과 거래선이 없는 약국 약 5000곳은 백제약품이 담당한다.

지오영과 현 정권과의 관계도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조선혜 지오영 대표와 김정숙 여사가 동창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겹치는 학교는 없다. 지 대표는 인일여자고등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 약대를 나왔고, 김 여사는 숙명여자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성악과를 나왔다. 다만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에 비례대표를 신청한 박명숙 대한약사회 정책기획단 단장이 지오영 고문으로 활동한 적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업체의 수익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해당 수수료에는 물류비, 인건비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최근 급증한 물량을 처리하면서 관련 비용이 더 상승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밤샘 배송과 작업 등에 따른 물류비와 인건비 상승분 등을 고려하면 과도한 가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거래선 다양화는 아쉬운 대목이다. 기존에 거래선이 많은 업체가 있다고 해도 새로운 업체를 끼워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오영의 경우 수급 안정화를 위해 거래선이 기존 1만4000개에서 1만7000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번 계기로 시장 확보력이 더 강해진다. 원래 경쟁력이 있는 업체를 더 키워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여러 곳을 선정하면 유통 경로 추적과 관리가 어려워 매점매석이나 폭리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어렵다는 해명이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