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500명 이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대구에 파견됐던 공중보건의의 복귀 후 자가격리 등에 대한 별도의 지침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공보의들은 자체 판단에 따라 자가격리를 선택하는 상황이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자가격리 중인 공보의에 생필품을 일체 지원하지 않고 있다.
경북 지역의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30대 공보의 A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대구에 있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파견돼 의료지원을 했다. 지난 4일 원래 근무지로 복귀한 A씨는 소속 기관에 자가격리를 건의했지만 “우리 지역에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고, 대구에서 방호복 등 보호장구를 착용했으니 바로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A씨가 자가격리를 건의한 것은 보건소의 특성상 고령층 등 면역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을 상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지역사회 추가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발열 등 의심증상이 없다고 해도 잠복기 안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진료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컸다.
결국 A씨를 비롯한 몇몇 공보의가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자가격리가 필요하다고 건의하자 지자체들은 희망자에 한해 자가격리를 실시키로 했다. 하지만 자가격리에 필요한 생필품과 보조금 등은 별도로 지원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현재로선 대구 등 감염병 우려지역에 파견됐던 의료진이 곧바로 의료현장에 복귀하는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정부 지침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서울 한 대학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는 9일 “보호장구만 제대로 착용했다면 즉각 복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한 대구·경북 지역 상황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보의들은 자신들이 지역사회의 새로운 감염원이 될까 우려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대한공중보건의협의회 관계자는 “보호장구만 제대로 착용하면 된다는 얘긴데, 그러면 의료진 감염은 왜 발생하겠느냐”며 “우리는 명령권이 없으니 대구 파견자는 복귀 후 일정기간 자가격리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