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요일과 생년 끝자리만 맞추면 마스크를 살 수 있다고 해서 약국 문 열 시간에 맞춰 왔는데, 오후 5시에 오라네요. 그럼 미리 공지를 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 제주에서는 제주도가 구매 가능 시간을 오후 5시부터로 일괄 조정했음에도 이 사실을 뒤늦게 공지하면서 도민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일부 약국은 판매 개시 전 번호표를 받은 사람에 한 해 마스크를 판매하면서 도민들이 두 번 걸음을 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대란이 일자 ‘마스크 5부제’라는 유례없는 조치를 내놨다. 태어난 연도와 요일을 연계해 월요일에는 생년 끝자리 수가 1과 6인 사람만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배분한 것이다. 개당 마스크 가격도 1500원으로 최근 소비자가보다 낮게 책정돼 그동안 마스크 구입에 어려움을 겪어온 시민들의 기대가 컸다.
이 조치는 9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행 첫날, 제주에서는 오전 일찍 약국으로 향했던 도민들이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오후 5시가 돼야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약국이든 마찬가지였다.
확인 결과 제주도는 제주도약사회의 협조를 얻어 공적 마스크 판매를 오후 5시부터로 일괄 조정했다. 마스크 입고 시간이 약국의 위치에 따라 오후 3시, 4시 등 다르기 때문에 도민들의 헛걸음을 막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이 도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주도가 공적 마스크 5부제와 관련해 도내 약국 판매 시간을 도민들에게 알린 것은 9일 오전 11시21분. 코로나19가 사실상 국가적 재난 상황임을 고려하면, 판매 개시 당일 약국 문 여는 시간을 한참 넘긴 제주도의 알림문자 발송은 늑장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일부 약국이 미리 번호표를 배부하고 번호표를 가진 사람에 대해서만 판매키로 하면서 시간을 지켜 약국을 찾은 소비자들은 사지 못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날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약국을 찾았던 고모(69)씨는 “당연히 마스크를 살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왔는데 오후에 오라는 말을 들으니 화가 났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재난 문자가 이런 실질적인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도 보건건강위생과 관계자는 “판매시간을 일괄 조정한 것은 도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였다”며 “과별로 관련 절차를 거치느라 발송이 늦어진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한편 도내 약국에는 하루 7만2000여장의 마스크가 입고돼 약국별로 250개씩 125명에게 판매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