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친서 닷새 만에 또 발사… 냉·온탕 오가는 北

입력 2020-03-09 15:12 수정 2020-03-09 16:03

북한이 열흘 사이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대남 제스처를 잇달아 취했다. 이달 초 100일 가까운 침묵을 깨고 방사포를 쐈던 북한은 우리 정부가 유감을 표명하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명의 담화를 내며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 직후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으나 다시 5일 만에 발사체를 쏘며 군사적 긴장을 다시 높였다.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등 단거리 발사체는 자위적 목적의 무기이기 때문에 남한이나 미국이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을 비난하기 전에 6·12 북·미 싱가포르 합의와 9·19 남북 군사합의 등 기존 합의부터 준수하라는 것이다. 남한과 미국이 국내 정치일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다른 사안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보이려는 측면도 함께 존재한다.

북한은 지난 2일 원산 인근에서 동해 방향으로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 첫 북한의 발사체 발사였다. 이에 청와대는 당일 긴급 장관회의를 열어 북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북한은 이튿날 김여정 제1부부장을 내세워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 “세 살 난 아이” “겁먹은 개” 등 이례적으로 노골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북한은 김 제1부부장 담화 하루 만인 5일 언제 그랬냐는 듯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며 코로나19와 싸우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를 전했다. 북한 체제의 최고 핵심인 두 사람이 하루 사이에 상반된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이어 북한은 김 위원장 친서 발송 닷새 만인 9일 다시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동해상으로 쏘아 올렸다. 우리 측이 이번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떠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지난 2일 방사포 발사와 김 제1부부장 담화, 김 위원장 친서, 이번 발사체 발사 등 일련의 행동은 한 묶음으로 보인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활동을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서 예외를 만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전향적 태도를 취하지 않자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등을 수차례 발사했다. 장거리 미사일이나 핵실험처럼 추가 제재를 유발할 수 있는 고강도 도발은 자제하면서도 미국에 불만을 표시할 수 있는 다목적 포석이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잇따른 발사체 발사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사실상 무시로 일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자체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양해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미국이 북한에 전달한 셈”이라며 “이를 두고 청와대가 강한 유감을 표명하니까 김 제1부부장이 격렬한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장거리급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무기 개발이나 무력시위가 아닌 이상 한반도 차원에서 개발하는 무기를 갖고 문제삼지 말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성은 손재호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