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황 대표가 ‘막천’ 바로잡으라” 최후통첩 날렸다

입력 2020-03-09 14:50 수정 2020-03-09 19:51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가 9일 오후 경남 양산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4·15 총선 공천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가 9일 “이건 공천이 아니라 막가는 막천”이라며 공천 불복을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경쟁자 쳐내기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사감이 겹쳐 저를 궁지에 몰아 넣는 막천”이라며 “이 공천은 원천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대표는 경남 양산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도 임박하고 하니 조속히 답을 달라. 그 이후에는 제가 취할 모든 수단을 다할 것”이라며 “이 막천을 황교안 대표가 직접 나서서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홍 전 대표는 통합당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이 바뀌지 않을 경우 경남 양산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홍 전 대표는 출마 지역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나는 양산을 원한다. 경선이라도 좋다”며 “양산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김두관을 잡겠다”고 답변했다.

당 안팎에선 홍 전 대표의 공천 불복과 양산을 무소속 출마 시나리오가 예상됐던 수순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홍 전 대표로선 당초 선언했던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로 ‘유턴’할 만한 명분도 별로 없는 상황이다. 대선에 출마했던 잠룡급 주자가 결국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고향으로 되돌아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 전 대표는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를 준비하다가 당으로부터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받은 뒤 양산을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컷오프됐다.

홍 전 대표가 양산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엔 정치 생명을 건 승부를 벌여야 한다. 양산을에서 무소속으로 더불어민주당에 패배할 경우 보수분열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낙동강 전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양산을을 반드시 탈환해야 하는 지역으로 꼽고 있다.

앞서 통합당 공관위는 양산을 지역구 후보자를 추가 모집한다는 공고를 낸 후 나동연 전 양산시장의 공천 신청을 받았다. 홍 전 대표가 당의 험지 출마 요구를 일부 수용해 양산을 출마 의사를 밝힌 뒤였다. 이 지역은 현재 나 전 시장과 박인·이장권 전 경남도의회 의원이 경선을 치르는 것으로 결정됐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홍 전 대표의 공천 탈락에 대해 “뒷문을 열어놓고 한 것은 아니다”며 험지로 재배치할 뜻이 없다는 점을 밝혔다.

지난달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김두관 의원(왼쪽 두 번째). 연합뉴스

이날 홍 전 대표는 자신의 컷오프 결정에 대해 “김형오 위원장이 ‘이번 총선은 쉬어라’, 컷오프라고 한 말을 듣고 하도 어이가 없어 양산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공작 공천이 한 달 이상 진행된 줄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양산을에 출마하는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홍 전 대표의 양산을 출마를 종용했다. 김 의원은 “만약 여기서 살아나신다면, 경쟁자를 비열하게 제거한 황교안 대표를 꺾는 일도 한결 수월할 것”이라며 “양산에서 낙동강 전선을 두고 당당하게 겨뤘으면 한다”고 했다. 홍 전 대표가 양산을에 출마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남지사를 지낸 김 의원은 이번에 부산 진갑에 출마하는 김영춘 민주당 의원과 함께 부산·경남(PK) 선거를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