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들 OTT와 손잡고 새판 짠다… SF같은 상상력, ‘SF8’

입력 2020-03-09 14:42
MBC 제공


tvN 드라마 ‘방법’이 시청자 이목을 끄는 이유는 명확하다. 세계관이 이채롭고, 또 스펙터클해서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한 소녀의 이야기로 영화 ‘부산행’ 등 오컬트 장르에 탁월함을 보여온 연상호 감독이 썼다. 드라마로는 흔치 않은 그로테스크한 비주얼과 서사로 입소문을 타더니 시청률도 5%(닐슨코리아)로 오름세를 타고 있다.

드라마 제작환경이 개선되고 플랫폼 구분이 희미해지면서 영화와 드라마 경계는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연 감독처럼 영화 제작진이 드라마 시장에 뛰어든 사례가 급격히 늘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JTBC ‘이태원 클라쓰’만 해도 영화 배급사 쇼박스의 첫 브라운관 도전작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플랫폼보단 결국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진출 배경을 전했다. 채널 OCN도 영화의 날선 연출과 드라마 서사의 결합을 시도하는 드라마틱 시네마 프로젝트로 ‘트랩’ ‘타인은 지옥이다’ 등 영화감독과 손잡은 수작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제는 방송사나 제작사 차원을 넘어 OTT 플랫폼까지 영화-드라마 장벽을 허물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KG)과 지상파 3사가 합작한 OTT ‘웨이브’가 협업해 오는 7~8월 선보이는 단편 시리즈 ‘SF8’가 그 사례다. 8인의 영화감독이 40분짜리 SF작품을 8개 선보이는데, 감독판을 웨이브에 7월 선공개하고 오리지널 버전을 MBC에서 8월 중 내보낸다. 해당 시리즈에 참여한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인 민규동 영화감독은 “지난 2년간 회원인 감독들의 다양한 창작 기회를 확장해 줄 숏폼 영화 플랫폼을 찾던 차에 웨이브 측과 뜻을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면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 ‘블랙미러’를 떠오르게 한다. SF8에는 인공지능, 초능력, 로봇 등이 이야기들의 소재로 기술발전을 통해 완전한 사회를 꿈꾸는 근미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내 아내의 모든 것’ ‘허스토리’를 만든 민 감독을 포함해 ‘패션왕’ 오기환 감독, ‘연애의 온도’ 노덕 감독, ‘은밀하게 위대하게’ 장철수 감독,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감독, ‘나를 잊지 말아요’ 이윤정 감독, ‘아워 바디’ 한가람 감독’, ‘죄 많은 소녀’ 김의석 감독 등 실력파와 떠오르는 신예 감독들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다. 옴니버스 영화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를 포함해 20편 이상의 영화제작 노하우를 가진 수필름이 제작 총괄을 맡았다.

웨이브가 이처럼 영화 콘텐츠 제작까지 발을 넓히는 이유는 명확하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쟁쟁한 해외 OTT 플랫폼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선 플랫폼에나 제공되는 콘텐츠가 아닌 독점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한다. 가령 전 세계 1억4000만명 이상 가입자를 보유한 공룡 기업 넷플릭스는 2013년 첫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선보이며 서비스 가입자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최근에는 한국 제작자들과 손잡고 ‘킹덤’ ‘좋아하면 울리는’ 등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 국내 콘텐츠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특히 SF8은 지상파 3사가 연합한 웨이브 콘텐츠로 방송사 수익 창출도 함께 노린 것으로 보인다.

바로 브라운관에 진출하기가 꺼려졌던 영화 제작진과 OTT 플랫폼에 이해가 맞아 향후 이런 협업도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OTT는 시청률 지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제작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다. 수익과 흥행 등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브라운관에 풀어놓기 어려운 이야기를 마음껏 시도해 볼 수 있다. 한국형 좀비물이라는 낯선 소재의 ‘킹덤’도 넷플릭스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민 감독은 “SF 영화는 많은 영화 감독에게 감독의 꿈을 키워준 원동력이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예산과 좁은 시장의 한계로 아쉽게도 다양한 작품이 탄생하지 못했었다”며 “SF를 소재로 공포, 미스터리, 액션, 멜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의 향연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