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며 우여곡절을 겪은 정재원(19·서울시청)이 이번엔 자신의 레이스를 펼쳐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정재원은 9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이렌베인 티알프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9-202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파이널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극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성인 국제대회 첫 우승의 순간이었다.
정재원은 평창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대표팀 전략에 따라 페이스메이커로 나섰다. 초반 빠른 스퍼트를 올려 이승훈(32)의 금메달 획득을 돕고 정작 자신은 레이스 중 체력이 바닥나 해당 종목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대표팀 성적을 위해 몇몇 선수는 희생을 해야 하는 빙상계의 ‘성적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재원은 우여곡절 속에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도 수면 밑에서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았다.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치며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와 4대륙 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에서 2위에 올랐고, 결국 올 시즌 마지막 월드컵 대회에서 드디어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꿰찼다.
정재원의 악착같은 노력이 빛난 역전 레이스였다. 초반 중위권에서 시작한 정재원은 3바퀴를 남기고 요릿 베르흐스마(네덜란드)가 갑자기 치고 나가 위기를 맞았다. 선두권과 2위 그룹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 메달권에서 멀어지려는 찰나, 정재원은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체력이 떨어진 베르흐스마를 제치고 3위에 올라선 그는 결국 마지막 바퀴에서 조이 만티아(미국), 바트 스윙스(벨기에)까지 제쳐내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넘었다.
7분47초060으로 2위 스윙스(7분47초120)와 불과 0.06초 차이였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월드컵 포인트 180점을 획득한 정재원은 최종 포인트 462점, 세계랭킹 3위로 올 시즌 월드컵 일정을 마무리했다.
함께 출전한 매스스타트 1인자 엄천호(28·스포츠토토)는 7분47초680로 5위에 그쳤다. 여자 매스스타트에선 김보름(27·강원도청)이 8위에 올랐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