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끝나고 100만원 기부한 기초생활수급자

입력 2020-03-09 14:34
관악구청 페이스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였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어렵게 모은 성금 1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희망을 찾았다며 “이제 보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9일 서울 관악구에 따르면 지난 5일 삼성동 주민센터로 한 노인이 찾아와 직원에게 100만원이 든 구겨진 봉투를 건넸다. 직원은 황급히 돌아가려던 노인을 따라가 사연을 물었다.

노인은 임대주택에 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난달 잠시 외출했다가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로 통보 받았다. 2주간의 자가격리가 끝난 뒤 노인은 한푼 두푼 아껴 모은 100만원을 들고 주민센터를 찾았다.

직원에게 그는 “격리 생활을 하던 중 구청과 주민센터에서 생필품을 넉넉하게 가져다주고 매일 건강과 안부를 묻는 따뜻한 전화를 걸어줘 감사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생활고로 목숨을 끊으려 했을 정도로 어려웠던 시절, 기초생활보장 수급비를 받게되면서 새 희망을 찾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인은 “그동안 받은 도움에 이제는 보답할 차례”라며 “이 돈은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성금과 함께 남긴 쪽지에는 ‘죽을 사람을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살려주셔서 너무 고마워서 작은 금액이라도 기부합니다. 너무 고마워요’라고 적혀 있었다. 관악구는 이 돈을 코로나19 피해가 큰 대구·경북 지역에 보내기로 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생활비로 쓰기에도 빠듯하셨을 금액인데 수년간 아껴 저축해온 소중한 돈을 선뜻 기부하시니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연은 구로구에서도 전해졌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A씨는 지난 4일 “코로나19로 힘든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 56만원을 구로구 관내 동주민센터에 전달했다. A씨는 “그동안 이웃들 덕분에 잘 지내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너무 적어 미안하다. 가진 게 이게 전부”라고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구에서는 지난 4일 뇌병변장애를 가진 60세 기초수급자가 의료진을 위해 2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병원에 있을 때 간호사분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간호사들이 너무 힘들어 한다고 텔레비전에서 들었다”며 기부 이유를 밝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