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였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어렵게 모은 성금 1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희망을 찾았다며 “이제 보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9일 서울 관악구에 따르면 지난 5일 삼성동 주민센터로 한 노인이 찾아와 직원에게 100만원이 든 구겨진 봉투를 건넸다. 직원은 황급히 돌아가려던 노인을 따라가 사연을 물었다.
노인은 임대주택에 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난달 잠시 외출했다가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로 통보 받았다. 2주간의 자가격리가 끝난 뒤 노인은 한푼 두푼 아껴 모은 100만원을 들고 주민센터를 찾았다.
직원에게 그는 “격리 생활을 하던 중 구청과 주민센터에서 생필품을 넉넉하게 가져다주고 매일 건강과 안부를 묻는 따뜻한 전화를 걸어줘 감사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생활고로 목숨을 끊으려 했을 정도로 어려웠던 시절, 기초생활보장 수급비를 받게되면서 새 희망을 찾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인은 “그동안 받은 도움에 이제는 보답할 차례”라며 “이 돈은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성금과 함께 남긴 쪽지에는 ‘죽을 사람을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살려주셔서 너무 고마워서 작은 금액이라도 기부합니다. 너무 고마워요’라고 적혀 있었다. 관악구는 이 돈을 코로나19 피해가 큰 대구·경북 지역에 보내기로 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생활비로 쓰기에도 빠듯하셨을 금액인데 수년간 아껴 저축해온 소중한 돈을 선뜻 기부하시니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연은 구로구에서도 전해졌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A씨는 지난 4일 “코로나19로 힘든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 56만원을 구로구 관내 동주민센터에 전달했다. A씨는 “그동안 이웃들 덕분에 잘 지내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너무 적어 미안하다. 가진 게 이게 전부”라고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구에서는 지난 4일 뇌병변장애를 가진 60세 기초수급자가 의료진을 위해 2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병원에 있을 때 간호사분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간호사들이 너무 힘들어 한다고 텔레비전에서 들었다”며 기부 이유를 밝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