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신천지가 ‘신변보호요청서’ 쓰는 이유는?

입력 2020-03-09 13:46 수정 2020-03-09 13:56
신천지 신도라면 사전에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신변보호요청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라면 누구나 작성해야 할 서류가 있다. ‘신변보호 요청서’와 ‘실종신고 청원서’, 위임장이다.

그렇다면 왜 신천지 신도들은 신변보호 요청서와 실종신고 청원서를 미리 써놓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부모들이 신천지에 빠진 자녀를 이단상담소에 데려갈 때 경찰을 동원해 빼내기 위해서다.

그래서 신변보호 요청서를 작성한 신도들은 서류를 들고 “신변보호 요청과 실종신고를 접수해 달라. 위치추적을 통해서라도 저의 소재파악과 신변확인을 경찰관이 꼭 해주시길 바란다. 가족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더라도 반드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해달라. 가족으로부터, 강제적인 개종 교육으로부터 풀려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는 영상을 촬영한다.

이단상담을 예방하기 위해 신천지가 주기적으로 받고 있는 서류 목록. 신천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다.

신천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신도들이 상황을 보고 받으며, 이단상담소에 있다는 사실을 포착하면 곧바로 경찰서로 달려간다. 그리고 신천지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던 신변보호 요청서와 실종신고 청원서, 위임장, 신분증 사본, 사전에 촬영한 영상을 제출한다.

신천지 탈퇴자 A씨는 “신천지 12지파에는 경찰을 앞세워 상담활동에 들어간 신도를 ‘구출’해 내는 별도의 팀을 운영한다”면서 “그들은 신도가 제출한 서류 유효기간이 만료되기 전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치밀함까지 지닌 무서운 사기집단”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몇일 전 기자회견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행정처리가 어렵다고 하던데 모두 거짓말”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신천지 본부에서 지시만 내리면 1시간 이내에 전국의 모든 서류를 취합할 수 있는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은 “10년 전부터 신천지가 경찰을 앞세워 ‘신변보호 요청서’를 들고 와 상담을 중단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렇게 상담 도중 데리고 간 피해자만 1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진 협회장은 “경찰에게 아무리 사정을 이야기해도 ‘본인이 작성한 서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면서 “이처럼 신천지는 이단상담을 강제개종이라는 자극적 용어를 사용하며 경찰까지 동원해 훼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숙주 노릇을 하는 신천지에서 피해자를 빼내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인생을 도와주는 길”이라면서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이비 종교집단에 더이상 한국사회가 휘둘려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