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약하신데 간병까지 못 받으면’…코로나19 이후 요양병원 부모 둔 가족 애타는 심정

입력 2020-03-09 13:34 수정 2020-03-09 18:08

‘면역력 약한 노인들이 간병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면...’
광주지역 요양병원·요양원들이 입원 중인 노인들을 돌보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간병인(요양보호사) 등 돌봄 인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9일 대한요양병원협회 등에 따르면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정부가 전국 1500여개 요양병원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외부인 전면 출입통제’에 들어간 곳이 늘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병문안을 오는 자녀와 친척 등 방문객 출입이 제한된 병원에서는 간병인들이 병실을 떠나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요양병원에 직접 고용 또는 용역업체에 채용된 이들은 면역력이 약한 할아머지 할머니들로부터 혹시 감염이 되지 될까 우려해 간병업무를 잇따라 그만두고 있다.
고령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요양병원 노인들 중 상당수가 얼마전 수술을 받았거나 심각한 각종 질환을 앓고 있어서다. 연령대가 대부분 50~60대인 간병인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급여를 받고 중국 동포 출신이 많은 점도 인력난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입원 중인 상당수 노인들이 코로나19 진원지로 꼽히는 중국 동포 출신 간병인을 은근히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비교적 호황을 누려온 용역업체들은 업무과중에다 상호 감염우려까지 감수해야 되는 간병인 구하기에 혈안이 된 상황이다.
광주 모 간병인 용역업체 대표 김모(59)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10여명의 인력을 날마다 요양병원 등에 공급했지만 현재 절반 이상이 그만 둔 상태”라며 “요양병원·요양원 입원 환자 중 폐렴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 노인들이 많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요양원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노인복지법에 의해 설립·운영되는 요양원은 노인 2.5명당 1명씩 일정 기준에 따라 간병인을 의무 고용해야 되지만 대체인력을 제때 구할 수 없어 고심 중이다. 요양병원에 비해 소규모인 탓에 방역대책이 상대적으로 허술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일선 요양병원에서는 간병인 인력난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 가족들을 한층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대다수가 ‘서비스’ 차원에서 간병인들을 채용해온 요양병원들은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라며 비교적 느긋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요양병원에 계신 부모를 면회조차 할 수 없게 된 자녀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보호자 자격으로 직접 간병을 하면 되지만 요양병원 출입이 원천적으로 막히는 바람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광주지역에는 현재 전국 1500여개 중 60여개의 요양병원이 운영 중이다. 요양병원 등을 겸한 한방병원은 전체 310여개 가운데 3분의1에 가까운 90여 곳이 개설돼 있다. 광주지역 요양원은 80여개로 파악된다.
시민 김모(57)씨는 “지난해 말 심장수술을 받은 80대 어머님을 한방요양병원에 모셨는데 병실에 들어갈 수조차 없어 답답하다”며 “10여일 전 그만 둔 간병인을 대신할 인력을 여태 구하지 못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