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시합 도중 상대가 갑자기 비수를 들고 공격해 오면, 맨손으로 싸우다 죽는다, 작대기라도 들고 공격을 막아낸다. 둘 중 무엇이 정의일까. (김경협 민주당 조직부총장)”
“선거는 총칼없는 전쟁과 다를 바 없다. 명분 찾다가 패배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
“사막에선 지도를 보지 말고 나침반을 보라. (당 핵심관계자)”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참여 문제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한 다음 날인 9일, 당 안팎에선 저마다 메시지를 쏟아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미래통합당의 꼼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반면 반대 편에서는 이로 인해 중도층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8일 4·15 총선에서 범진보 개혁 진영의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전체 당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당원의 총의를 모으는 방식을 통해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당 지도부는 비례연합당 명분 자체에 대부분 공감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민주당이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실리’를 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민주당은 민생당과 정의당이 비례연합에 참여하지 않아도 범진보 진영과 힘을 합치겠다고 시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의당과 민생당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위성정당이라고 볼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제 취지 살리기 위해서라도 하는 것”이라며 “더 작은정당인 미래당과 녹색당 참여를 면밀히 봐야한다”고 밝혔다.
관건은 설훈 최고위원 등 당내 반대 기류를 어떻게 연착륙 시킬것인지에 있다. 설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비례연합 참여시) “민주연구원 보고서에도 중도층이 떨어져 나갈지에 대한 부분은 없었다”며 “중도층 이반이 지역구 투표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수도권에서 잃는 표가 많을 것이라고 한다면 당원들이 쉽게 그냥 (비례연합정당 참여) 하자고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당원 투표를 통한 부결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권순정 여론조사 전문가는 “중도라고 인식하는 유권자 역시 사실은 진보 또는 보수로 쏠려 있다”며 “개혁진보 진영의 비례연합 창당으로 인해 민주당이 중도층 이탈의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는 거두어도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당 핵심관계자는 비례연합정당 참여 방법론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어린왕자’의 작가 생떽쥐베리의 말을 인용하며 “사막에선 지도를 보지 말고 나침반을 보라”고 답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