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내가 보답해야 할 차례”…자가격리 해제된 기초수급자 100만원 기부

입력 2020-03-09 12: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자가격리 해제 후 자신이 받은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익명으로 100만원을 기부했다.

지난 5일 서울 관악구 삼성동 주민센터에 한 어르신이 찾아왔다. 마스크와 장갑으로 겹겹이 무장을 한 어르신은 주민센터 직원에게 너덜너덜해진 봉투만 전하고 곧바로 사라졌다. 주민센터 직원이 황급히 쫓아가 사연을 물었더니 어르신은 알려질 만한 일은 아니라며 익명으로 기부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간단한 사연만 전했다.

이 어르신은 삼성동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난달 약속이 있어 외출을 했다가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로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2주 간 격리생활을 하는 동안 관악구청과 주민센터에서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생필품을 가져다주고 매일 건강과 안부를 묻는 따뜻한 전화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한다.

어르신은 지난날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을 만큼 어려운 시절을 보냈으나 2011년 관악구의 도움으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어르신은 “그동안 내가 받은 도움에 이제는 내가 보답할 차례”라며 “전 국민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이 돈은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라는 뜻과 함께 기초생활수급비를 꾸준히 아껴 모아온 소중한 100만원을 전달했다.

관악구는 어르신의 뜻에 따라 전달 받은 기부금 전액을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대구, 경북지역을 위한 성금으로 신속히 전달할 예정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9일 “생활비로 쓰기에도 빠듯하셨을 금액인데 수년간 아껴 저축해온 소중한 돈을 선뜻 성금으로 기부해주시니 그 마음은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존경스럽다”며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부터 구민의 건강과 안전을 반드시 지켜내고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