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군복무 중 극단적 선택…가혹행위 없어도 인과관계 있다면 보훈대상자”

입력 2020-03-09 10:05

군인이 복무 중 구타, 폭언 등 가혹행위가 없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하더라도 직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면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군 복무 중 숨진 A씨의 모친이 모 지방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비대상 결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적응검사 결과에서 ‘군생활에 부적응이나 사고 가능성이 예측돼 즉각적인 전문가 지원 및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으나, 소속부대에서 A씨가 병영생활전문상담관과의 면담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상담관 상담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를 받지 않도록 하였고, 가족과 연계하여 관리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어 “‘A씨의 개인적 취약성 및 병영생활 자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소속부대에서의 부적절한 대처가 복합돼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학적 소견 등에 비춰볼 때 A씨가 자살 직전 극심한 직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2014년 6월 군에 입대한 A씨는 2015년 5월 훈련 포상휴가를 끝내고 부대에 복귀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의 모친은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등록신청을 했으나, 자해 행위에 의한 사망에 해당한다며 신청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유족은 1심과 2심에서는 모두 패소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부대 내에서 A씨에 대한 구타나 폭행 및 가혹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입대 전부터 정신과 관련 진료를 받았으며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었던 사실이 확인된다”고 판단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