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다큐소설] 청계천 빈민의 성자 (1)

입력 2020-03-09 09:47 수정 2020-03-09 10:08
“똑똑똑”
밤늦은 시간이었다. 누군가 내가 투숙한 서울 종로YMCA호텔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에게도 투숙 호텔의 호수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룸서비스를 요청한 것도 아니었다. 습관적으로 경계를 했다. 한국 방문을 자주 하게 되면서 몸에 붙은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서울 종로YMCA호텔. 1950년대 추정

“누구십니까?”하고 물었지만 반응이 없다. 다시 한번 물었다. 역시 반응이 없다. 한국 중앙정보부(KCIA)가 이 늦은 시간까지 나를 감시하는 건가, 조금 짜증이 났다. 더구나 자정부터 통행금지가 시행되고 있는 한국이었기 때문에 누가 찾아올 것 같지는 않았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한데 붉은색 스커트와 짙은 화장을 한 젊은 여인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다.

“안녕”이라고 내게 인사를 했다. 스무 살 쯤 됐을까? 나일론 붉은 스커트는 어두운 호텔 복도 조명 탓에 자주색처럼 짙게 보였다. 흰 블라우스가 붉은 스커트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당시 유행하던 부츠를 신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관광객을 상대로 몸 파는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들을 ‘안녕’ 양, 또는 ‘코카콜라’ 양이라고 불렀다.

그 무렵 일본 사람들 사이에선 ‘한국 기생파티’ 여행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적은 돈으로 한국의 고급 요정에서 한복을 입은 미인과 술 파티를 즐기는 야만적 상품이었다. 당연히 성을 샀다.

엔화 가치가 높아 많은 일본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들이 한국 여행을 선호했다. 대한항공 비행기는 이러한 여행객들로 빈 좌석이 없을 정도였다.

“곤방와”


<계속>

글·사진=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