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 페덱스컵 랭킹 1위로 도약
“자신감 획득, 스스로에게 95점 주겠다”
임성재(22)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을 단독 3위로 완주하고 페덱스컵 랭킹 선두로 치고나갔다. 2주 연속 우승은 불발됐지만, 세계 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마저 이븐파를 친 난코스에서 마지막까지 선두 경쟁을 펼쳐 언더파를 기록했다. 지금의 추세만 유지하면 올 시즌의 목표로 삼은 플레이오프 출전은 낙관적이다.
임성재는 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베이힐 클럽 앤 로지(파72·7454야드)에서 열린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와 묶어 1오버파 73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는 2언더파 286타. 임성재는 우승자 티럴 해턴(4언더파 284타·잉글랜드)을 2타 차이로 추격한 단독 3위에 올랐다.
임성재가 이 대회까지 누적한 올 시즌 페덱스컵 포인트는 1458점. 페덱스컵 포인트는 플레이오프 출전자를 가리기 위해 시즌 중으로 집계되는 점수다. 임성재는 기존 1위 저스틴 토머스(1403점·미국), 2위 매킬로이(1179점)를 모두 따돌리고 단숨에 3위에서 선두로 도약했다. 지난주 혼다 클래식에서 거둔 생애 첫 우승을 포함한 최근의 상승세가 반영된 결과다. 임성재는 데뷔 시즌인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진출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난코스에 강풍까지 몰아쳐 보기가 속출한 대회였다. 전날 3라운드에서 세계 랭킹 3위 브룩스 켑카(미국)가 9오버파 81타로 프로 인생 최악의 스코어를 쓰고, 이날 우승을 노렸던 매킬로이가 4타를 잃고 무너져 공동 5위(최종 합계 이븐파 288타)로 추락할 정도로 출선 선수들의 경기에 기복이 있었다. 최종 합계에서 언더파를 친 선수는 임성재를 포함해 4명뿐이다.
임성재는 12번 홀(파5)에서 세컨드샷을 그린에 올린 뒤 버디 퍼트로 해턴과 공동 선두까지 약진했다. 하지만 13번 홀(파4)에서 뼈아픈 실수가 나왔다. 세컨드샷을 물에 빠뜨린 뒤 파 세이브에 실패했고, 보기마저 놓쳐 2타를 잃었다. 임성재는 경기를 마치고 “그린 100m 지점에서 앞바람이 불었다. 52도 각도의 웨지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짧아 물에 빠졌다”고 13번 홀을 복기했다. 그만큼 임성재에게 아쉬웠던 홀이다.
그 이후부터 해턴과 2타 차 간격이 유지됐다. 임성재는 15번 홀(파4)의 보기를 16번 홀(파5) 버디로 만회했지만, 해턴은 13번 홀부터 꾸준하게 파 세이브에 성공해 타수를 잃지 않았다. 임성재는 마지막 18번 홀(파4) 세컨드샷을 홀컵 4m 앞으로 과감하게 올렸지만,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타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임성재는 “4라운드 후반부에서 몇 차례 아쉬운 순간이 있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만족한다”며 “스스로에게 90점 이상을 주겠다. 95점 이상을 받아도 될 것 같다. 지난주(혼다 클래식)에 우승하고, 이번 주에 선두 경쟁을 펼쳐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해턴은 PGA 투어 60번째 출전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생애 처음으로 손에 쥔 우승 상금은 167만4000달러(약 20억1000만원). 2017년 이 대회 챔피언인 마크 리슈먼(호주)은 임성재와 해턴 사이에서 1타 차 간격으로 선두 경쟁을 펼쳤지만 3언더파 285터로 완주해 준우승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