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78세 확진자는 왜 ‘대구 거주’를 숨겼을까?

입력 2020-03-09 07:01 수정 2020-03-09 07:07
뉴시스

서울백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78세 여성이 실거주지가 대구인 사실을 숨긴 채 입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여성의 서울의 대형병원에 예약하려 했지만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딸의 집으로 주소지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백병원은 구토, 복부 불편감 등 소화기 증상으로 지난 3일 이 병원에 입원 중인 78세 여성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외래 및 응급실 등 병동 일부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서울백병원은 환자의 입‧퇴원 금지, 전 직원 이동금지, 병원 입구 방문객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병원 등에 따르면 이 환자는 대구에 거주하며 서울의 대형병원들 다녔다. 지난달 29일 딸의 집인 서울 마포로 올라온 그는 이달 3일 자신이 다니던 병원에 예약하려 했지만 대구 거주 사실을 밝히자 진료를 거부당했다.

이후 환자는 3일 응급실을 통해 방문한 뒤 소화기 내과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병원 측은 여러 차례 대구 방문 사실을 물었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이를 부인했다. 입원할 때 주소지도 서울 마포구로 기록했다.

병원 관계자는 “다른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거부당하자 개인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며 “보건소를 갔지만 검사를 받지 못했다. 대형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하자 ‘서울 산다’고 거짓말을 하고 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뒤 입원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백병원은 환자가 병실에서 자주 대구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 대구 방문을 의심했다. 지난 6일 청진 소견도 의심돼 X선과 흉부CT를 찍었다. 다음 날인 7일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한 결과 8일 오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야 환자와 보호자는 의료진에게 실제 거주지는 대구이며 대구에서 다녔던 교회의 부목사가 확진 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병원은 확진 판정받은 환자를 음압 병실에 격리 입원했다가 이날 오후 다른 국가지정 병원으로 이송했다.

서울백병원은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과 함께 진료기록과 CCTV 등을 확인해 접촉자를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병원은 해당 환자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사법당국에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가격리 위반,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형사 제재를 가하는 경우는 있어도 거짓말을 한 환자를 고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