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수소도 해결했던 기업들 ‘마스크대란’ 손 못쓰는 이유

입력 2020-03-09 06:00
'마스크 품절'을 알리는 안내판. 연합뉴스

일본이 지난해 7월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했지만 한국 기업들은 이내 국산화 등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반년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늘어난 마스크 수요가 감당이 안 돼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기업들이 불화수소는 해결했는데, 마스크 공급은 왜 해결하지 못하는 걸까.

8일 업계에 따르면 일반 기업들이 생산하는 마스크 수량은 단시간 내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량을 늘리려면 마스크 제조 관련 기계 장비와 마스크에 드는 소재가 필요하다. 대기업 관계자 A씨는 “새 기계를 들여오고 마스크에 들어가는 필터를 들여와 생산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2개월”이라며 “기존 업체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마스크 생산 공장. 연합뉴스

또 코로나19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생산 설비를 마련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 판로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다른 대기업 임원 B씨는 “결국 시간 문제다. 현재 이 급증한 수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인데 이 시기가 지나면 마스크 수요도 줄어든다”며 “기업 입장에서 설비 투자를 과감하게 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반면 불화수소 국산화는 일본의 조치가 언제 철회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의 장기적 생산 전략에 부합하는 결정이 될 수 있다.

마스크 수급 현황. 연합뉴스

기업이 설비 확대를 결정하더라도 당장 필요한 수요를 충족하기 힘든 현실도 제약요인이다. 마스크 생산 설비와 그 소재인 필터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기업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설비를 우리 기업에 판매하고 필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A씨는 “중국도 코로나로 난리인데 한국 기업들에 설비와 소재를 들여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마스크 공급량 증대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마스크 설비시설에 재정을 투입해 생산 물량을 30%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비비 42억원을 투입해 고(高)성능 마스크 포장기 40대를 공급해 생산량을 30%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한 달 내 하루 동안 생산되는 마스크 양을 1000만장에서 1400만장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인 1월 30일 기준 일일 마스크 생산량은 1088만장이다. 생산업체 수는 2월 3일 이전에는 123개에서 이달 들어 140개로 증가했다. 하루 평균 생산량 중 20%인 200만장은 기업이나 산업 등 민간부문으로 가고, 공적 물량 80% 중 의료기관에 100만장, 대구·경북 지역에 100만장이 공급되고 있다.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뉴시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