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공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내 경선을 치른 청와대 출신 비서관·행정관 28명 중 15명이 본선에 올랐다. 경선 승률로는 57%이다.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서울 관악을),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성남 중원), 한병도 전 정무수석(익산을) 등 수석비서관급 3명은 모두 경선을 통과했다.
비서관급에서는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 경기 여주·양평 경선에서는 최재관 전 농어업비서관이 승리했다. 신정훈 전 비서관도 현역 초선인 손금주 의원을 꺾었다. 이밖에도 행정관급 9명을 포함해 총 15명이 본선행 티켓을 잡았다. 경선 없이 전략·단수공천을 받아 본선에 직행한 청와대 출신 인사도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 고민정 전 대변인,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 등 11명에 달한다.
‘박원순계’ 인사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박 시장 캠프에서 활동했던 민병덕 변호사는 안양 동안갑 경선에서 6선의 이석현 의원과 비례대표 권미혁 의원을 모두 꺾어 ‘이변’을 일으켰다. 김원이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최종윤 전 정무수석, 천준호 전 비서실장, 박상혁 전 정무보좌관도 경선을 통과했다. 윤준병 전 행정1부시장은 단수공천을 받았다. 강태웅 전 서울시행정부시장도 서울 용산에 전략공천됐다. 현역 의원 중에는 박 시장과 가까운 남인순 최고위원의 단수공천이 결정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측근들은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3선 유승희 의원이 김영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패했고, 대선 경선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지낸 이종걸 의원도 쓴잔을 들었다.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도 김병관 의원 벽을 넘지 못했다. 임근재 전 경제과학진흥원 상임이사, 조계원 전 경기도 정책수석도 경선을 치르지 못했다. 현역 의원 중에서는 정성호 의원, 김영진 의원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인 이낙연 전 총리의 측근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남재 전 전남지사 정무특보는 양향자 전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장에게 패했다. 전남 목포에 도전했던 우기종 전 전남부지사는 경선에서 ‘박원순계’ 김원이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고, 서울 동대문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지용호 전 총리실 정무실장은 지역구가 ‘청년우선전략선거구’로 지정되면서 배제됐다. 총리 비서실장을 지낸 배재정 후보는 단수공천을 받았다. 현역 중에서는 이 전 총리의 지역구 후임인 이개호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았고, 오영훈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 경선이 ‘권리당원 투표 50%, 일반 여론조사 50%’로 진행되면서 핵심 지지층의 여론이 적극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당원들은 지도부의 뜻을 일반 유권자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청와대 참모들이 약진하는 결과가 자연스레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문 중심의 공천이 되면서 조국 사태 이후 이어진 중도층 이탈 현상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