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봐야 할 가족 있는데”… 격리생활 지치는 코로나19 환자들

입력 2020-03-08 18:11
대구1생활치료센터에서 상주하고 있는 송명제 공중보건의(오른쪽)가 방호복을 입고 있는 모습. 본인 제공

“가족과 생이별한 환자들이 힘들어하죠.”

경기도 안성보건소에서 일하던 송명제 공중보건의(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지난 4일 대구1생활치료센터(중앙교육연수원)에 왔다. 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경증 환자를 격리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시설이다. 지난 2일 개원 후 143명의 환자들이 입소했다. 이들은 이미 2,3주 동안 자가격리 기간을 가진 상태라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다.

송씨는 8일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환자 대부분이 20~30대인데 표정이 침울했다”며 “질병을 치료하는 단계에 따르는 불편함이라 어쩔 수 없지만 가족들과 말그대로 생이별을 한 셈이라 굉장히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격리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로 일부 환자는 의료진에게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환자들마다 격리생활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는 딱한 사정들도 있었다. 센터 입소 전부터 2주째 격리 중인 한 환자는 “가족이 지병으로 거동을 전혀할 수 없는데 너무 오래 떨어져있어 걱정되고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송 공보의는 “사정이 딱했지만 도울 수가 없어 미안했다”고 전했다.

센터에서 환자들은 방에 머무는 게 원칙이다. 마음대로 돌아다니기 어렵다. 식사도 방 앞에 배달되는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의료진과 대면할 일도 별로 없다. 센터에는 경북대병원 의료진 2명과 송 공보의를 포함한 공보의 4명, 지역 내에서 자원한 의사 2명이 상주하고 있다. 의료진은 감염 위험을 피하기 위해 환자와 접촉을 최소화하며 회진을 돈다. 환자가 체온계 등 자가관리 위생키트를 이용해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고, 이를 종이에 적어 방문 앞에 붙여놓으면 이를 보고 필요한 처치를 하거나 증상추이를 지켜보는 등 적절한 판단을 한다.

센터에 머무는 환자들의 가장 중요한 일과는 진단검사다. 의료진의 전화를 잘 받아야 하고,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검체 채취에도 잘 따라줘야 한다. 진단검사에서 두 차례 음성 판정을 받으면 집으로 돌아간다. 이날 24명의 환자가 격리해제돼 센터를 떠났다. 송 공보의는 “오전부터 전화로 검사 결과를 전하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알렸더니 환자들이 웃으면서 굉장히 기뻐했다”고 말했다. 센터가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탓에 격리해제가 된 이들은 대절 버스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곳까지 이동하게 된다.

경증환자가 대부분이라 다급한 상황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늘 긴장 속에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송 공보의는 “기존 환자를 관리하면서 새 환자를 받고, 증상이 악화되는 환자는 제때 병원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긴장의 연속”이라고 했다.

그는 “생활치료센터는 경증 환자를 위해 준비가 잘 된 시설임에도 일부 지역 주민이 개원에 반대하고 입소를 거부하는 일부 격리대상자가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며 “이들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국가적 재난을 헤쳐 나가기 위해 다함께 나섰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