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생이별한 환자들이 힘들어하죠.”
경기도 안성보건소에서 일하던 송명제 공중보건의(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지난 4일 대구1생활치료센터(중앙교육연수원)에 왔다. 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경증 환자를 격리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시설이다. 지난 2일 개원 후 143명의 환자들이 입소했다. 이들은 이미 2,3주 동안 자가격리 기간을 가진 상태라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다.
송씨는 8일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환자 대부분이 20~30대인데 표정이 침울했다”며 “질병을 치료하는 단계에 따르는 불편함이라 어쩔 수 없지만 가족들과 말그대로 생이별을 한 셈이라 굉장히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격리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로 일부 환자는 의료진에게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환자들마다 격리생활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는 딱한 사정들도 있었다. 센터 입소 전부터 2주째 격리 중인 한 환자는 “가족이 지병으로 거동을 전혀할 수 없는데 너무 오래 떨어져있어 걱정되고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송 공보의는 “사정이 딱했지만 도울 수가 없어 미안했다”고 전했다.
센터에서 환자들은 방에 머무는 게 원칙이다. 마음대로 돌아다니기 어렵다. 식사도 방 앞에 배달되는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의료진과 대면할 일도 별로 없다. 센터에는 경북대병원 의료진 2명과 송 공보의를 포함한 공보의 4명, 지역 내에서 자원한 의사 2명이 상주하고 있다. 의료진은 감염 위험을 피하기 위해 환자와 접촉을 최소화하며 회진을 돈다. 환자가 체온계 등 자가관리 위생키트를 이용해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고, 이를 종이에 적어 방문 앞에 붙여놓으면 이를 보고 필요한 처치를 하거나 증상추이를 지켜보는 등 적절한 판단을 한다.
센터에 머무는 환자들의 가장 중요한 일과는 진단검사다. 의료진의 전화를 잘 받아야 하고,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검체 채취에도 잘 따라줘야 한다. 진단검사에서 두 차례 음성 판정을 받으면 집으로 돌아간다. 이날 24명의 환자가 격리해제돼 센터를 떠났다. 송 공보의는 “오전부터 전화로 검사 결과를 전하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알렸더니 환자들이 웃으면서 굉장히 기뻐했다”고 말했다. 센터가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탓에 격리해제가 된 이들은 대절 버스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곳까지 이동하게 된다.
경증환자가 대부분이라 다급한 상황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늘 긴장 속에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송 공보의는 “기존 환자를 관리하면서 새 환자를 받고, 증상이 악화되는 환자는 제때 병원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긴장의 연속”이라고 했다.
그는 “생활치료센터는 경증 환자를 위해 준비가 잘 된 시설임에도 일부 지역 주민이 개원에 반대하고 입소를 거부하는 일부 격리대상자가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며 “이들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국가적 재난을 헤쳐 나가기 위해 다함께 나섰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