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4·15 총선에서 범진보개혁진영의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놓고 공식 논의를 했다. 당초 ‘비례용 위성정당 불가’ 입장에서 사실상 비례연합당 합류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래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의 원내1당 등극을 저지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지만, 이 경우 민주당 스스로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8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논의했다. 지도부가 공식 논의 테이블에 해당 안건을 올린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28일 주권자전국회의 등 범진보개혁진영 시민단체가 추진하는 정치개혁연합(가칭)이 민주당에 제안서를 보낸 지 10일 만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를 가장 후순위에 놓는 방안이 거론된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도 지난달 2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당 지도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현재 민주당이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6~7석, 비례연합정당을 꾸릴 경우 차지할 의석수를 22석 정도로 전망했다. 전망치를 바탕으로 하면 민주당은 16~17번부터 비례순번을 받게 된다.
향후 당내 의견 수렴 과정에서 한차례 진통이 예상된다. 비례연합정당 참여 문제를 두고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원칙 없는 승리를 꾀하려다 원칙 없는 패배로 가는 것 아니냐”며 반대했다. 김해영 최고위원도 최근 공개석상에서 “정당제도의 본질에 반한다”며 비판했다.
어떤 절차를 거쳐 의견을 수렴할지도 정해야 한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러 경우의 수가 있다”며 “의원총회나 전 당원 투표, 지도부 결정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의총이나 최고위보다는 전 당원 투표나 중앙위원회 등 넓은 단위에서 당원들의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오는 14일 비례대표 순위를 투표하기 위해 중앙위원회가 열린다.
당 밖에서는 정의당과 민생당을 설득해야 한다. 정의당은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생당도 공식적으로는 반대한다. 다만 박지원·천정배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은 찬성 의견을 표명하고 있어 입장을 달리할 여지가 있다. 아직까지 당 대표나 원내대표 간 비공식·공식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서는 소수 정당의 맏형격인 정의당이 반드시 합류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지만, 이제는 정의당 없이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의원은 “정의당은 민주당 의석에 관심이 없다. 정의당 없이 범여권 묶어서 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의원도 “이번 국면에서 정의당 계산에 따라갈 필요가 없다. 정의당은 중요 조건이 아니다”고 했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정봉주 전 의원이 추진하는 ‘열린민주당’도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당 대표로 추대됐다. 정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 박홍률 전 목포시장 등 4명이 최고위원으로 지명됐다. 정 전 의원과 손 의원은 총선에 불출마하고 열린민주당의 공천 작업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